2800억원 규모 누리호 고도화사업 수주

순수 한국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022년 6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순수 한국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022년 6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2월 1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으로부터 2860억원 규모의 ‘한국형발사체(누리호) 고도화 사업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 사업을 수주했다고 12월 2일 밝혔다.

지난 11월 우선 협상 대상자에 선정된 뒤 본계약까지 체결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우연과 함께 2023년부터 2027년까지 누리호 3기를 제작하고, 4회 추가적으로 발사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2027년까지 항우연과 함께 누리호를 4차례 추가 발사하고, 확보한 역량으로 우주 수송 서비스부터 다양한 위성 활용 서비스, 우주 탐사에 이르는 우주사업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누리호 고도화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6873억8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항우연과 민간기업 주도로 한국형 우주 발사체인 누리호를 발사해 우주수송 역량을 확보하고, 민간 체계 종합 기업을 육성·지원하는 정부 사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사업을 통해 항우연이 보유한 누리호 체계 종합 기술 및 발사 운용 노하우를 순차적으로 전수받게 된다.

2023년으로 예정된 3차 발사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총 4차례 걸쳐 누리호를 발사해 우주 기술 검증, 지상 관측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할 실용 위성을 궤도에 올릴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한국 유일의 기업이다. 향후에는 민간의 인공위성, 우주선, 각종 물자를 우주로 보내는 ‘우주 수송’ 사업의 상업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2021년 그룹의 우주사업 협의체인 ‘스페이스허브’를 출범하면서 우주산업 후발주자인 한국에서 중장기적으로 우주 탐사 및 자원 확보까지 나서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2020년 영국 위성 통신안테나 기업 페이저(한화페이저)를 인수하고, 미국 위성 통신안테나 기업 카이메타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2021년에는 세계 최초의 우주인터넷 기업인 원웹의 지분 약 9%를 확보하는 등 우주 통신 서비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인공위성을 개발해 한국에서 유일하게 수출하고 있는 쎄트렉아이는 위성 데이터 서비스 사업에 이미 진출했다. 한화디펜스와 합병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3년 3월 한화방산(구 (주)한화 방산부문)까지 합병하면서 발사체 역량을 더욱 다각화할 계획이다.

‘위성 제작→발사 수송→위성 서비스’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을 구축하고, 향후 우주탐사 기술까지 확보해 한국 최초의 ‘우주산업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은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발사체 개발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기존 우주기술 선진국과의 격차가 크다. 한국의 우주산업 규모는 2019년 기준 세계 시장의 1% 미만, 항우연의 연구 인력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대비 5%, 우주 개발 예산은 미국 대비 1%에 그친다.

우주 산업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투자, 기업의 기술 확보, 대학의 원천 기술 연구 등이 동시에 이뤄지는 ‘한국형 패스트 팔로우 전략’을 통해 민간이 우주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스페이스 2.0’ 시대로 도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는 과정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미국의 대표적인 우주탐사기업인 스페이스X는 창업 이후 10년간 벌어들인 약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중 절반 이상을 나사의 사업 수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