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디, 톰 브라운 등 영입 또는 과감한 협업 통해 전통 다운 재킷에 새로움 불어넣어
류서영의 명품 이야기몽클레르 ③

테크(기술) 기업이 아닌 명품 브랜드의 CEO가 세계 최고의 부호가 됐다는 사실은 패션업계에 오랫동안 몸을 담았던 필자로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대학 시절부터 오랫동안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세계 최고의 부자로 인식하고 자란 필자로서는 명품 브랜드의 수장이 최고 부자에 등극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돌아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유수의 브랜드를 차곡차곡 모아 명품 제국을 형성한 아르노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때론 거센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브랜드 인수 후 파격적인 혁신을 꾀하는 그의 경영 방식은 높이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패딩계의 명품이라고 불리는 몽클레르 또한 머지않아 LVMH에 인수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르노 회장은 명품 브랜드를 인수한 후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단행한다. 그런 방식을 통해 해마다 가격을 조금씩 올린다. 그런 그의 경영 스타일을 보면 소비자로서는 그리 달갑지 않을 것이다.
명품업계는 이렇게 다른 어떤 분야보다 M&A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시장을 뒤흔들곤 한다. 몽클레르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레모 루피니는 2003년 몽클레르를 인수한 뒤 CEO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겸했다. 그는 많은 디자이너들과 협업했고 몽클레르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006년에는 펜디(Fendi), 2007년에는 꼼 데 가르송(Comme des Garçons), 2009년에는 당시 남성복 디자이너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던 톰 브라운(Thom Browne)을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해 화제를 모으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이탈리아 콘셉트 스토어 코르소 코모와 협업해 시크한 분위기의 모노크롬 프린트 디자인을 선보였다. 같은 해 전설적인 이탈리아 패션하우스 에밀리오 푸치(Emilio Pucci)와 협업해 푸치만의 독특한 하우스 시그니처인 프린트로 몽클레르 다운 재킷을 재해석하기도 했다(사진①).
화려한 프린트 실험 정신으로 시선 사로잡아


버질 아블로는 북해 어부들이 즐겨 입던 매우 튼튼한 아우터에서 영감을 받아 멀티 포켓과 코무 코팅으로 완성한 레인코트를 만들었다. 이 레인코트는 오프 화이트 시그니처 브랜딩 디테일(화살표와 오렌지 색상)과 몽클레르 자수 로고 요소를 완벽하게 결합해 두 브랜드 간의 깊은 협업 정신을 담아 냈다는 평을 받았다(사진④).

같은 해 독일 트렁크 브랜드인 리모와(RIMOWA)와 협업했다. 몽클레르는 리모와 브랜드의 인기 모델인 토파즈 스텔스를 검정 색상의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2가지 크기로 출시했다. 트렁크의 손잡이와 내부를 충격에 대비해 몽클레르 패딩으로 감쌌다. 이와 함께 몽클레르는 기내 반입용 액체를 위한 투명 소재로 제작된 화장품 케이스, 퀼팅 다운을 소재로 한 다양한 가방과 신발들도 제작했다.을
모든 제품에는 에나멜 소재로 된 몽클레르의 로고와 네임 택이 부착돼 리모와와 몽클레르가 협업한 제품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2018년에는 중국의 현대 미술 아티스트 리우 볼린과 협업했다. 리우 볼린은 북유럽 빙산을 모티브로 카무플라주 효과를 선사하는 몽클레르 캠페인을 제작했다. 볼린은 이미지 재구성으로 아이코닉한 마야재킷을 재해석해 착용할 수 있는 북극 예술 작품을 선보였다.
2019년에는 발렌티노 디자이너 피에르파울로 피치올리가 몽클레르와 협업했다. 피치올리는 새로운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에티오피아 장인의 에스닉 패턴과 아프리카 선셋 컬러가 어우러진 바닥까지 내려오는 케이프와 퀼팅 처리한 패딩 나일론 드레스는 무도회장에 선보인 새로운 기능성 재킷으로 명성을 떨쳤다(사진⑤). 이처럼 전통에 새로움을 불어넣는 과감한 협업 작업들이 오늘날의 몽클레르를 있게 한 원동력 중 하나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2022년 몽클레르는 브랜드 70주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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