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섭 태평양 창업자 인터뷰

[스페셜 리포트 : 2022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로이어 : 창업자 인터뷰]
“법조인은 개인이 아닌 공익을 위한 직업임을 명심해야”[2022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로이어]
“법조인은 자신을 위해서 태어난 직업인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김인섭 법무법인 태평양(이하 태평양) 창업자가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법조계 후배들에게 건넨 조언이다. 김 창업자는 “사회 공동체를 위해서 법이란 게 만들어졌다. 그것을 제대로 지키고 운용해야 할 사람이 법조인”이라며 “출세 지향적인 생각, 세속적인 생각을 한다면 법조인으로서 탈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창업자는 한국 법조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원로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굴지의 대형 로펌 태평양을 만든 인물인 그는 현재 로펌의 모든 경영권을 후배들에게 넘겼다. 태평양 운영에 어떤 관여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그의 아들도 변호사지만 태평양이 아닌 다른 로펌에 몸담고 있다. 로펌을 창업해 성공시키면 경영권을 물려주고 싶을 법도 하지만 그는 달랐다. 태평양이 갖고 있는 독특한 로펌의 문화도 이 같은 태도에서 파생됐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김 창업자는 판사를 그만두고 태평양을 만들 때 크게 두 가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첫째는 좋은 로펌의 씨앗을 뿌리는 것, 둘째는 65세가 넘으면 대표변호사직을 내려놓는다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약속은 우수한 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필요했습니다. ‘한국적 국제 로펌’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태평양을 만들었는데 이런 로펌을 만들기 위해 인재들을 영입하려면 뭔가 있어야 하잖아요. 법원이나 검찰에서 일하는 것보다 로펌에서 일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했죠. 그래서 한 번 이상적인 로펌을 만들어보자, 우수한 청년 법률가들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씨앗을 뿌려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죠.”

그리고 그는 이를 실행에 옮겼다. 65세가 되던 해인 2002년 12월 모든 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한다. 후배 변호사들에게 “태평양을 잘 부탁한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그 뒤 로펌 운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

그는 “나는 늘 법조인으로서 롤모델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며 “이것이 아무 미련 없이 모든 직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는 “법질서가 정착되지 않으면 아무리 국민소득이 높아도 선진국이 아닙니다. 법질서가 제대로 정착돼야 국가 경영, 국민 생활 효율성의 극치가 이뤄집니다. 이런 의미에서 법을 운용하는 법률가는 항상 자신의 부와 명예를 좇기보다 사회의 롤모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영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지만 그는 여전히 가끔 태평양을 찾아 후배들을 만나며 늘 올바른 법조인으로서의 자세에 대해 강조한다.

“법률가는 자기 자신을 위해 국가가 만들어 준 것이 아닙니다. 이 사회의 모든 직업인들이 질서정연하게 마음 놓고 살 수 있도록 법을 운영하고 집행하라고 만들어 준 것이라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해요.” 변호사로서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었다.

김 창업자는 마지막으로 “법률가, 특히 변호사는 항상 우선순위를 의뢰인의 권익 보호와 사회 전체의 이익 보존에 둬야 하고 그다음 보수와 같은 자신의 이해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