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반대-생각하기 3단계로 답을 찾아가는 생각의 힘

[서평]
첨예한 경제‧사회 이슈를 한 권에 ‘쏙’
토론의 힘 생각의 격
허원순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만원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갈등은 그 양상이 더 심해지는 듯하다. 많은 정보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얻는 세태는 이러한 대립을 심화한다. ‘SNS 알고리즘’에 의해 자기와 같은 생각을 담은 콘텐츠만 더 자주 접하게 되고 다른 관점은 접할 기회가 현저히 줄어드는 현상은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다. 그러나 마주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립을 넘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자신과 다른 생각에 귀 기울이고 그 근거를 이해하는 일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선택을 하려면 양쪽 얘기를 다 들어본 후 논리적으로 자기 생각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음 이슈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스위스처럼 안락사를 허용해도 될까”, “아마존처럼 온라인으로 약을 팔아도 될까”, “취약 계층을 위한 빚 탕감 정책, 지속해야 할까”, “최저임금 1만원 시대, 노동자에게 유리하기만 할까”, “경제 위기에도 ‘탄소 중립’ 목표를 유지해야 할까”와 같은 질문들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주요 시사 이슈를 담은 것으로, 쉽게 답을 낼 수 없다. 이런 문제에 대해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찬반 양쪽 주장을 충분히 객관적으로 들어보는 토론이 필수적이다.

논설위원으로서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기주장을 정리하는 법을 보여준 허원순 기자는 이 책에서 주요 시사 이슈 70개를 골라 찬성·반대 양쪽의 근거 자료를 모두 풍부하게 담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관점을 제시했다. ‘사설을 잘 쓰기 위해 해당 어젠다의 핵심 요소와 찬반 양쪽의 주장을 적확하게 파악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 매일 훈련해 왔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는 일부러 다른 생각에 귀 기울이는 훈련을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 훈련 과정을 오롯이 보여주는 이 책은 매일 접하는 수많은 문제 속에서 어떤 가치를 선택해야 할지 갈등하는 사회인들에게 사고의 지평을 넓혀 주는 교양서이자 논술에 대비하는 고등학생, 취업 면접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실용서다.

1부 ‘가치의 충돌’에서는 시사 이슈 전반을 다채롭게 다룬다. 카카오 ‘먹통 사고’, 이태원 참사 등 최신 뉴스부터 안락사, 촉법소년 연령 조정, 난민 수용, 수업 자료의 저작권, 지하철 무임 승차, 수술실 CCTV 설치 등 꾸준히 논쟁거리가 돼 온 주제들에 대해 짚어보며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치들이 부딪치는 양상과 찬반양론 각각의 근거를 소개한다.

2부 ‘경쟁과 규제’에서는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과 정부의 개입과 규제가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피해를 보전해 주기 위해 중소 사업자의 대출 신용도를 낮추지 말라고 은행에 요구하고 자영업자들을 위해 상가 임대료 통제안을 내놓았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부의 쌀 의무 매입, 분양가 상한제 등 긴 시간 논란이 돼 온 이슈들도 다룬다.

3부 ‘고용과 노동’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주4일 근무제, 정년 연장 등 일터에서 논의되는 주제들에 관한 찬반양론을 소개한다. 새롭게 시행된 가사근로자법과 공기업 노동이사제, 강화되고 있는 기업의 채용 건강검진,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고령자 계속 고용 제도까지 폭넓게 다루며 좀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합의점을 모색한다.

4부 ‘성장과 복지’에서는 정해진 답이 없는 ‘분배와 격차 해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구직난에 시달린 지 오래인 2030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가지 현금 지원 정책과 결혼 유도를 위한 청년 주택 정책, 취약 계층 빚 탕감 정책에 대한 찬반양론을 제시하는 한편 법인세와 부동산 관련 세금 등 각종 세금 정책에 대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들도 다룬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일관되게 찬반 양쪽 주장의 근거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마지막 ‘생각하기’ 단계에서는 각 주장을 현실에 대입했을 때 고려해야 할 점들을 지적한다. 이러한 3단계를 거치면 조금씩 해법이 보이기 시작한다. 70개의 지적 토론을 차분히 좇아온 독자라면 누구나 자기 생각을 주체적으로 다듬어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김정희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