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 해외] 국민연금, 세대간 전쟁의 도화선 되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금 개혁안을 밀어붙이자 프랑스 주요 8개 노동조합은 12년 만에 연합 파업을 선언했다. 사진은 1월 19일(현지시간)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등이 현수막을 들고 파리 거리를 행진하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금 개혁안을 밀어붙이자 프랑스 주요 8개 노동조합은 12년 만에 연합 파업을 선언했다. 사진은 1월 19일(현지시간)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등이 현수막을 들고 파리 거리를 행진하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해외 각국도 고령화에 따른 연금 고갈이란 이슈에 대처하기 위해 각종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보다 앞서 고갈된 나라는 매년 세금을 걷어 연금을 주기 때문에 연금 개혁은 더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프랑스, 보험료 기간 늘리고 연금 수령 늦추고
프랑스는 연금 개혁을 놓고 혼란에 빠졌다. 마크롱 정부가 연금 개혁에 나서자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개혁안은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을 기존 62세에서 매년 3개월씩 연장해 2030년 64세로 올리고 연금 100% 받기 위해 기여해야 하는 기간을 42년에서 43년으로 늘리기로 약속한 시점 또한 2035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그 대신 연금 수령액은 확대한다. 현재 최소 연금 수령액은 최저임금의 75%인데 이를 85%까지 인상한다는 구상이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한 달 130만원에서 160만원 정도로 늘어나는 셈이다.

프랑스 정부의 이 같은 개혁은 평균 수명이 늘면서 퇴직자 대비 노동자 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00년에는 프랑스 퇴직자 1명을 책임지는데 노동자 2.1명이 돈을 냈다면 2020년에는 이 수가 1.7명으로 줄었고 2070년이 되면 1.2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노조는 세금을 올리는 등 다른 자원 조달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데도 노동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며 반대하고 있다. 결국 1월 19일(현지 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100만 명 이상이 연금 개혁에 반대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들은 “자식들이 늦게까지 노동에 시달리며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시위 후에도 프랑스 정부는 연금 개혁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일본, 자동 조정 장치 도입하고 소득 대체율 손보고
일본은 노인 인구가 29%를 넘어선 세계 최고령 국가다. 일본은 2004년 후생연금(국민연금) 개혁에 나섰다.

직장인이 가입하는 후생연금은 보험료로 운영한다. 일본 정부는 13.58%였던 보험료율을 조금씩 인상해 2017년 18.3%까지 올렸다. 이후 더는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연금액은 임금과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하되 기대 수명과 출산율에 연동했다. 자동 조정 장치를 도입한 것이다. 1999년 스웨덴에 이어 세계 둘째였다.

여기에 국고와 보험료로 운영하는 기초연금(전 국민 가입)도 손봤다. 월 약 13만원이던 보험료를 16만원으로 올렸다. 기초연금의 국고 지원 비율은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확대하되 소비세를 인상해 조달했다. 그 대신 두 연금을 더한 소득 대체율은 50%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2012년에는 공무원연금과 후생연금 통합(실제 통합 2015년)으로 형평성 불만도 잠재웠다. 일반 노동자와 공무원이 동일 보수에 대해 동일한 보험료를 부담하고 동일한 연금을 수급하도록 한 것이다. 한국으로 보면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을 국민연금에 통합한 셈이다. 또 5년마다 연금 재정 재계산을 할 때 회의 상황을 유튜브에 생중계하면서 ‘투명성’을 높였다.

최근엔 기초연금 납부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올리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심화로 보험료 납부금과 지급액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 등에선 2030년대부터 적립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적립금이 고갈돼도 젊은 세대가 낸 보험료와 국비 지원을 통해 연금은 계속 지급되지만 그만큼 국가 재정 부담은 커지게 된다.
◆독일, 부과 방식 전환에 사적 연금 활성화까지
독일과 스웨덴 등도 초기에는 한국과 같이 ‘적립 방식’으로 운영했지만 연금 수급자 규모 증가와 급속한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매년 걷어 당해에 나눠 주는 ‘부과 방식’으로 변경했다.

세계 최초로 국민연금 제도를 실시한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금 소진에 맞닥뜨리면서 재정 방식을 부과 체계로 전면 개혁했다. 이후 2000년대 초반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연금 불능’ 위기에 직면했다. 독일 정부는 공적 연금 역할을 축소하고 사적 연금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개혁에 나섰다. 개인연금·퇴직연금·주택연금 등 보험 상품에 가입했을 때 정액의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리스터연금을 도입한 게 대표 사례다.

리스터연금은 가입자가 연소득의 4%를 넣으면 정부가 그 가운데 30∼90% 정도를 지원한다. 소득이 적고 자녀가 많을수록 정부 지원이 늘어난다. 한국의 사적 연금 지원 제도는 연금저축 납입액의 일부를 세액 공제해 주는 정도다. 연간 최대 60만원을 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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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