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타기팅으로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만 광고 노출
브랜드를 빛내는 데이터의 가치

[브랜드 인사이트]
롤스로이스 고스트 블랙배지. 사진=롤스로이스 제공
롤스로이스 고스트 블랙배지. 사진=롤스로이스 제공
다이아몬드라는 보석에 ‘영원함’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중에게 각인시킨 영국의 다이아몬드 브랜드 드비어스(DE BEERS)는 유통량을 조절함으로써 희소성의 가치를 더했다.

드비어스는 1947년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Diamond is forever)’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로 다이아몬드를 약속의 상징이자 영원한 가치를 지닌 보석으로 브랜딩하고 다양한 매체에서 이 메시지를 각인시켰다. 또한 두 달간의 월급을 다이아몬드에 투자해 프러포즈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라는 시그니처 프로그램으로 그 메시지를 공고히 했다.

드비어스의 첫 브랜드 캠페인에서부터 75년이 지났다. 다이아몬드는 여전히 약속의 상징으로 가치를 지니지만 그들의 브랜드 액티베이션은 변했다.

“고객에게 채널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핵심은 어느 곳에서든 드비어스에 걸맞은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아우르는 고객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마이클 페리 드비어스 옴니채널 담당 이사의 말이다.

그런데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고객 경험이 복수 채널에서 이뤄지다 보니 많은 브랜드가 일관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디지털 접점에서는 어려움이 더욱 커진다. 디지털 접점에서 효과적인 브랜드 액티베이션을 위한 ‘디지털 경험 유형 3가지’를 살펴보자.
롤스로이스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베스트셀링 모델인 고스트의 페이스북 광고. 사진=페이스북 캡처
롤스로이스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베스트셀링 모델인 고스트의 페이스북 광고. 사진=페이스북 캡처
① 1000번의 노출보다 가치 있는 ‘100번의 노출’

세계적 명품 자동차 브랜드인 롤스로이스의 광고를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채널에서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롤스로이스의 타깃 고객은 롤스로이스의 광고를 접하고 있다.

이는 롤스로이스가 지역, 소득 수준, 직업, 관심사 등을 기반으로 마이크로 타기팅 광고를 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접점의 가장 큰 특징은 측정 가능성과 특정 가능성이다.

디지털 접점에서 브랜드는 웹사이트의 방문자 수, 광고 소재의 클릭 수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포털의 회원 정보, 웹사이트 로그 등을 통해 타깃 고객의 연령·성별·거주지·관심사 등도 특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브랜드의 고객 프로필 특정이 가능해진다.

측정 가능성과 특정 가능성은 브랜드 전략 수립에서 핵심 타깃을 설정하고 도달률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불특정한 1000명에게 메시지를 노출해 1명의 고객을 얻는 것보다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은 100명에게 노출함으로써 10명의 고객을 얻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그뿐만 아니라 디지털 데이터는 가설적으로 설정해 둔 고객의 페르소나를 확인하거나 새로운 핵심 타깃을 설정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도 있다. 디지털 접점의 데이터는 고객을 이해하는 첫걸음이자 효율적인 고객 관리 수단이다.
넷플릭스 화면. 사진=넷플릭스 캡처
넷플릭스 화면. 사진=넷플릭스 캡처
② 나를 잘 아는 친구 같은 데이터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나 쿠팡과 같은 커머스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자신을 위한 추천작이나 구매할 시기가 다가온 상품을 서비스 메인에 노출하는 것을 왕왕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추천 서비스는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쌓은 데이터가 바탕이 된다. 개인화된 추천 서비스를 위해 OTT는 콘텐츠들을 분석하고 시청자의 콘텐츠 이용 패턴을 분석한 후 특정 규칙에 의해 이용자들을 그루핑한다. 그 그루핑에 따라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함으로써 플랫폼의 만족도를 높인다.

소비재는 각 제품의 평균 재구매 주기와 사용자의 재구매 패턴을 활용하고 있다. 하기스처럼 정기적 소비가 일어나는 제품은 평균적인 재구매 주기를 활용해 라이브 커머스에서 구매 혜택을 제공해 재구매를 유도한다.

쿠팡 등의 이커머스 플랫폼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재구매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특정 제품을 상위 노출함으로써 재구매율을 높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할인 쿠폰 등을 함께 제공해 플랫폼과 이용자 간의 인게이지먼트를 높인다.

최근 많은 플랫폼과 브랜드에서 활용하고 있는 구독형 서비스 역시 누적된 평균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반복적 소비를 유도하는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다.

브랜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을 이해함으로써 고객과 브랜드 혹은 플랫폼 간의 인게이지먼트를 높여 잠금(lock-in) 효과를 통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브랜드가 자기를 잘 아는 친구이자 이웃이 되는 것이다.
아디다스가 NFT 프로젝트 업체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AYC, Bored Ape Yacht Club)’과 협업해 발매한 NFT. 사진=오픈시 제공
아디다스가 NFT 프로젝트 업체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AYC, Bored Ape Yacht Club)’과 협업해 발매한 NFT. 사진=오픈시 제공
③ 기회는 고객 시간이 머무르는 곳에 있다

우리는 그동안 구글·네이버·카카오·싸이월드·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틱톡·메타버스 등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의 성장을 지켜봤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중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채널이라는 점이다. 디지털에서의 경험은 이런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새로운 기회로 연결된다.

다만 새로운 플랫폼의 활용이 반드시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을 활용한 브랜드 경험 설계의 과정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다.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예를 보자. 이들 브랜드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과 메타버스를 활용해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전달하고 이를 매출로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여전히 많은 브랜드는 메타버스를 단순한 이벤트로 활용할 뿐 성공으로 연결짓지 못하고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실패하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지닌 아이코닉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플랫폼의 특성에 맞게 녹여 내 고객에게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디지털에서의 브랜드 경험 유형은 다양하다. 다만 그 경험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디지털이라는 채널의 특성과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녹일 것인지 고민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앞서 언급한 디지털 접점에서의 효과적인 브랜드 액티베이션을 위한 3가지 디지털 경험 유형의 공통점은 뭘까. SNS가 대세여서 SNS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채널의 특성을 활용해 고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어떤 아이덴티티를 전달할지를 고민한 결과다.

또 누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을 브랜드 경험에 록인한 결과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에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플랫폼을 활용해 성공을 끌어낸 결과다.

디지털은 계속 변화한다. 그리고 빠르게 소비된다. 그래서 디지털 생태계에서의 브랜드 활동은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금방 소비되고 잊힌다. 마케팅 무대는 변했어도 드비어스가 영원한 이유, 넷플릭스가 그들의 고객을 락인할 수 있었던 이유, 나이키가 NFT라는 새로운 플랫폼 활용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때문이었다.

그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채널의 특성에 맞게 녹여 낸 ‘아이코닉 무브’가 있었기에 고객이 여전히 그들에게 열광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우영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수석 컨설턴트.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김우영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수석 컨설턴트.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김우영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수석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