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본사 전경.(사진=연합뉴스)
교보생명 본사 전경.(사진=연합뉴스)
교보생명과 2대주주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풋옵션 분쟁'과 관련해, 투자자 측에 유리하도록 풋옵션 행사 가격을 평가하는 기준일을 적용한 혐의로 기소된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임직원들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관련 기사 : 1·2대 주주의 충돌…되짚어 본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일지)

서울고법 형사1-1부(이승련 엄상필 심담 부장판사)는 3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딜로이트안진 임원 2명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회계사의 가치 평가 업무에서 어떤 의견을 평가자와 의뢰자 중 누가 먼저 제안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회계사의 전문 판단을 거쳤는지가 중요하다"며 "(가격 결정이) 안진의 전문가적 판단 없이 어피너티 컨소시엄의 일방적 지시로 이뤄졌다고 보기에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딜로이트안진 직원 1명과 어피너티 임직원 2명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020년 4월, 교보생명은 딜로이트안진이 자사의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가 보유한 풋옵션(특정 가격에 팔 권리) 가격에 해당하는 공정시장 가치(FMV)를 산출하며 기준을 위반해 의도적으로 높게 책정했다며검찰에 고발했다.

교보생명의 2대 주주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교보생명 최대주주 신창재 회장과 2012년 9월 주주 간 계약(SHA)을 맺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재무적투자자들이 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하는 내용이었다. 또 3년 안에 기업공개(IPO)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IPO가 불발되면 풋옵션을 행사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IPO가 계속 미뤄지자 재무적 투자자들은 2018년 10월 신 회장을 상대로 주당 41만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신 회장은 이 가격이 터무니없다며 풋옵션 행사를 거부했다.

교보생명은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풋옵션 행사일이 2018년 10월 23일인데도 평가를 맡은 딜로이트안진이 공정시장 가치를 2018년 6월 30일 기준으로 산출해 풋옵션 행사가격을 의도적으로 과대평가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딜로이트안진이 적용 가능한 여러 가치평가 접근법 중 하나를 선택했을 뿐 어피너티 측에 유리한 방법만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교보생명 측은 "다수의 공모정황과 증거가 있었음에도 이번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것에 대해 유감스럽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또 "검찰의 상고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대법원에서는 현명한 판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