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겐 새로움, 2030에겐 추억
찐친들의 메타버스 아지트

기자가 꾸민 아파트. 지인들이 놀러와 메모를 붙일 수 있으며 아바타는 특정 가구에 옮기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한다.사진=본디 플레이 화면 캡쳐
기자가 꾸민 아파트. 지인들이 놀러와 메모를 붙일 수 있으며 아바타는 특정 가구에 옮기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한다.사진=본디 플레이 화면 캡쳐
최근 지인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동글동글한 캐릭터들이 커피를 ‘수혈’하는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게 뭐냐고 물으니 ‘싸이월드 같은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서비스 이름은 본디(Bondee).

너무나도 요즘 감성인 캐릭터 어디에서 싸이월드를 느낀 것인가. 기자도 직접 본디를 다운받아 봤다.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과 유사하게 맨 첫 단계는 아바타 꾸미기로 시작한다. 아이디를 개설하면 바로 아바타를 꾸미는 공간으로 연결된다. 피부색, 머리카락 색이나 길이, 코의 모양, 눈의 크기나 눈썹 모양 등 구현할 수 있는 범위가 꽤 넓다. 착용할 수 있는 옷의 스타일도 다양하다. 평가판으로 공개된 화려한 의상이나 액세서리도 사용해 볼 수 있다.

아바타 설정이 끝났다면 다음은 스페이스(아파트) 꾸미기다. 제공되는 아이템을 통해 자신만의 아파트를 꾸밀 수 있다. 벽지, 바닥, 가구 등을 비롯한 인테리어 외에 조명, 소리까지 설정할 수 있다. 단순한 가상 공간이지만 인테리어가 상당히 고민된다. 가구에 따라 아바타가 드럼을 치거나 소파에 눕는 등 다양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기자는 운동 부족인 본체를 위해 다양한 운동기구를 채워 넣고 아바타가 러닝머신을 뛰게 했다. 아바타와 아파트는 현재 상태를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매일매일 기분에 맞게 새로운 옷을 입히고 인테리어를 바꿀 수 있어 지루함을 던다.
벌집 모양으로 지인들의 아파트가 정렬되어 있다. 지인의 아파트를 클릭하면 놀러가 메모를 남길 수 있다.사진=본디 플레이 화면 캡쳐
벌집 모양으로 지인들의 아파트가 정렬되어 있다. 지인의 아파트를 클릭하면 놀러가 메모를 남길 수 있다.사진=본디 플레이 화면 캡쳐
찐친 50명으로 꾸미는 공간

본디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하고 입체적인 소통이다. 본디는 상태 게시, 채팅, 메모, 플로팅 등 특색 있는 소통 툴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이 소통은 50명 이하의 소수 인원에서만 가능하다. 본디에 초대할 수 있는 친구는 50명. 본디의 서비스 제작사인 싱가포르의 IT스타트업 메타드림이 서비스를 ‘찐친들의 메타버스 아지트’라고 설명한 이유다. 연락처를 통해 친구 신청을 보낼 수 있지만 상대가 수락해야 친구가 된다.

50명 제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기존의 SNS와는 다르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기본 기능인 ‘소통’은 뒷전이고 ‘보여주기’식으로 변질되거나, 인플루언서의 광고 등이 대거 유입되는 경우가 많아 피로감을 느꼈다고.
근무시간인 지인들이 모두 회사 모드로 아바타의 상태를 게시하고 있다.사진=본디 플레이 화면 캡쳐
근무시간인 지인들이 모두 회사 모드로 아바타의 상태를 게시하고 있다.사진=본디 플레이 화면 캡쳐
지인들과 모인 단체 채팅방 하단.사진=본디 플레이 화면 캡쳐
지인들과 모인 단체 채팅방 하단.사진=본디 플레이 화면 캡쳐
시시각각 변하는 지인들의 상태를 관찰하는 것도 재미다. 가장 먼저 친구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스퀘어’에서는 자신의 상태를 기분, 일상, 취미, 휴식, 일&공부 등의 카테고리에 따라 게시할 수 있다. 기자는 책상에 앉아 커피를 수혈하고 있는 모션을 선택하고 ‘드디어 금요일’이라고 적었다. 상태를 게시하면 그 아래에 하트로 반응을 표시하거나 댓글을 달 수 있다.

SNS의 기본인 채팅도 신선하게 바꿔놓았다. 개인 채팅과 단체 채팅 모두 지원한다. 채팅창 하단에는 이용자와 상대방의 아바타가 동시에 등장하는 점이 독특하다. 채팅뿐 아니라 이모티콘의 다양한 감정을 직접 아바타가 수행하는 귀여운 광경을 볼 수 있다. ‘콕 찌르기’, ‘뭐해’ 등의 별도 알림을 보낼 수도 있다.

일종의 ‘일촌평’ 기능도 있다. 일촌평은 싸이월드에서 운영되던 소통 기능으로 ‘일촌’끼리 남기던 간단한 인사를 뜻한다. 친구의 아파트에 놀러 가면 짧은 메모를 남길 수 있다. 소수의 커뮤니티에서 ‘자주’ 소통할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서비스 체류 시간도 늘어났다.

폐쇄적으로만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돛단배 모양의 아이콘을 클릭하면 망망대해 속 작은 보트를 탄 아바타가 나타난다. 본디에서 제공하는 ‘플로팅 하기’는 다른 이용자에게 랜덤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이다. 아름다운 배경의 바다를 표류하다 보면 미지의 누군가로부터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새로움과 추억에 반응하는 MZ

국내 이용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본디 앱은 10일 기준 국내 애플스토어 인기순위앱 1위(무료 앱 기준), 구글 플레이 부문 소셜 부분 인기 앱 1위를 기록했다. 본디가 한국에 출시된 것은 지난해 11월. 출시 4개월 차만에 유의미한 결과를 내고 있다. 특히 기존의 네이버 제페토 서비스가 10대를 중심으로 운영됐다면 본디는 2030 세대까지 영향력을 확장했다는 차별점이 생긴다. 학창 시절 즐겨 했던 ‘퍼피레드’, ‘파니팡’ 등의 소셜 채팅 게임 등이 생각나기도 한다.

방이나 아바타를 꾸미는 스타일을 보고 MBTI를 맞추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캐릭터를 모방하는 등 일종의 게임처럼 활용하는 이용자도 소소하게 눈에 띈다. 아직까지 본디는 전체 무료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다. 이용자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업데이트가 빨라야 살아남겠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제2의 싸이월드가 될지, 한 철의 유행으로 그칠지 궁금해진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