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구매 경험 발생…새 기술에 대한 양질의 데이터 확보 가능

아마존은 2018년 계산대가 필요 없는 자동 결제 편의점 '아마존고(Amazon Go)'를 런칭했다. (사진=연합뉴스)
아마존은 2018년 계산대가 필요 없는 자동 결제 편의점 '아마존고(Amazon Go)'를 런칭했다. (사진=연합뉴스)
모든 폭풍이 당신의 삶을 힘들게 하지는 않는다. 어떤 폭풍은 당신의 길을 치워 주기 위해 온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비대면 온라인, 정보기술(IT) 등 트렌드의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 폭풍이 당신의 길을 치워 주는 면도 있다. 어떤 부분이 그런지 알아보자. 그 부분이 바로 놓치면 안 될 당신의 먹거리다.트렌드의 최전선, 편의점편의점의 주요 고객은 10대, 20대, 30대다.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 출생) 고객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방문한다. 그래서 MZ세대의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상 공간과 언택트(비대면)가 주목받으며 메타버스가 부상하자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도 편의점을 오픈했다. 메타버스도 편의점의 시장성을 바로 눈치챘다.

재테크 열풍이 불었을 때는 또 어떤가.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랜덤으로 주식 1주를 받을 수 있는 주식 도시락도 출시됐다.

은행 계좌를 만들기 힘든 10대들이 온라인 거래를 하기 위한 편리한 장이 돼 주는 곳도 편의점이다. 편의점에서 무통장 송금 서비스를 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온·오프라인 사이에 존재하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거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프리미엄 주류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물품을 지금 당장 손에 넣을 수도 있다. 인터넷은 아무리 빨라도 돈을 지급한 뒤 물건을 손에 쥐기까지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편의점은 그렇지 않다.IT와 컬래버레이션 중인 편의점편의점 전용 앱도 편의점 세계관을 확장시키고 있다. Z세대는 GS25 ‘나만의 냉장고’ 앱에서 제품의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을 효율적으로 손에 넣을 수 있다. 원플러스원(1+1) 행사로 세일하는 상품을 구매할 때 나머지 한 개는 냉장고에 넣어 두면 된다.

마케팅에도 편의점 앱을 활용한다. 편의점에 입점한 제품을 파는 회사들도 마케팅을 할 때 편의점 앱을 활용해 더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고 특정 편의점과 컬래버레이션을 할 수도 있다. 시장 파이를 키울 무궁무진한 기회가 편의점 앱에 있다. 이런 편리함은 기업도, 소비자도 모두 편의점에 모이게 한다.

편의점과 IT의 조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일부 편의점은 자율 주행 배달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드론 배달 서비스도 시험 운행하는 곳이 있을 정도다. 물론 드론 배송 주문을 위한 앱도 이미 나와 있다. 뛰어난 접근성을 가지고 있는 편의점이 이제는 자율 주행 로봇과 드론까지 넘보고 있다. 한계를 뛰어넘는 최첨단 배송을 연구·개발(R&D) 중이라는 의미다.

편의점이 미래를 바라보며 계속 개발 중인 것은 더 많다. 편의점에 들어선 고객을 카메라로 인식한 뒤 나이·성별·지역 방문 시간대·평소 구매 품목을 파악한 뒤 맞춤형 광고를 편의점 사이니지에 송출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교복을 입은 학생이 하교 시간에 편의점에 들어왔다면 간식 광고를 송출한다. 퇴근 시간에 양복을 입은 직장인이 들어왔다면 그날의 뉴스나 재테크 소식을 보여준다. 카메라를 이용해 편의점 안에 들어온 고객의 얼굴을 인식해 자동으로 결제해 준다든지 하는 서비스도 계속 연구 중이다.IT 컬래버레이션, 어떤 이득 있나아마존은 2018년 계산대가 필요 없는 자동 결제 편의점 ‘아마존고(Amazon Go)’를 론칭했다. 아마존은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쇼핑을 표명하며 컴퓨터 비전, 센서 융합, 딥러닝 기술을 아마존고에 적용했다. 컴퓨터 비전과 이미지 인식 기술을 써 판매자에게 영업 상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했다.

여러 IT 스타트업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니치 시장을 노리고 있다. 아마존은 이런 IT 스타트업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아마존고에 들어가는 기술을 점점 발전시키고 있다.

어떤 제품의 판매량이 좋은지는 판매가 완료된 후 한참 지나 결과를 알 수 있었고 자사 제품의 판매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기술을 접목하면 이런 갈증은 단박에 해결된다. 진열된 제품을 이미지 인식 기술로 구분한 후 데이터 분석을 하면 진열대에서 제품을 고르는 시간, 제품을 선택하는 성별·나이, 제품을 선택했다가 변심하는 성별·나이, 진열대에 남아 있는 제품의 수와 시간대를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제조사나 소매점은 재고 관리를 빅데이터 기반으로 신속 정확하게 할 수 있다. 영업이익에 굉장히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단순히 편의점 매출이나 IT 발전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유통 사이클과 유통 시장 파이를 키우며 이들을 활성화하고 최적화한다.

또한 자율 주행 기술 발전에 이바지한다. 컴퓨터 비전, 센서 융합, 딥러닝 기술은 자율 주행에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진열대에서 제품을 고르는 시간, 제품을 선택하는 성별·나이, 제품을 선택했다가 변심하는 성별·나이, 진열대에 남아 있는 제품의 수와 시간대를 파악하는 기술은 도로 장애물, 옆 차 움직임, 교통 상황 등 기술에 접목된다. 같은 메커니즘이다.

즉 아마존과 같은 식료품점·편의점에 접목한 뒤 검증된 기술은 안전하게 자율 주행에도 접목할 수 있고 성공률도 높인다. 인간의 생명이 걸려 있는 분야가 아니므로 자율 주행보다 덜 부담스럽게 ‘연습’하고 ‘베타 테스트’가 가능하다.양질의 데이터 쌓이는 편의점많은 이들이 시스템을 통한 데이터 관리의 효율성과 품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기술을 써서 어떤 시스템을 활용하는지에 집중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시스템 안에 들어가는 알맹이, 사람이다.

사람을 잘 알고 사람을 잘 관리하는 것이 빅데이터의 품질과 인공지능(AI)의 성능을 좌우한다. 빅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고 적용하기 위한 핵심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제대로 아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을, AI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이 지향하고 있다.

제품 구매를 반복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노출하는 사람보다 경험을 반복해 SNS에 노출하는 사람이 더 호감을 끌기 쉽고 자기 과시적이라고 인식될 가능성이 낮다. 편의점·소매점에서 자연스럽게 접한 IT 경험을 SNS에 노출하면 일반 대중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이들의 존재도 알게 되고 거부감 없이 관심을 가지게 된다. 구매와 직접 관련된 콘텐츠보다 이 브랜드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일상에 어떤 경험과 어떤 효과를 주는지에 대한 콘텐츠가 답이다. 그런 면에서 편의점이라는 공간에 접목된 IT는 기업의 자연스러운 홍보 마케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편의점은 이용하는 ‘사람’의 다양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중저가 물품이 다양하게 포진돼 있어 남녀노소 상관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시간대에 드나든다. ‘사람’의 구매 ‘경험’을 알기에 이만한 양질의 데이터가 쌓이는 곳이 없다. 그래서 편의점과 IT의 컬래버레이션이 의미를 가진다. 우리가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만나는 편의점과 IT는 이렇게 만나 서로의 니즈를 채워 주며 둘 다 진화하고 있다.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