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존 림 대표의 네트워크 돋보여…‘세계 최대’ 제 4공장 문 열고 고속 성장 기대

[비즈니스 포커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2023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메인트랙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2023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메인트랙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세가 매섭다. 2020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2022년엔 매출(연결 기준) 3조13억원을 기록하며 한국 제약 바이오업계 최초로 3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2020년 25%, 2021년 34%, 2022년 33%를 기록했다. 외형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도 함께 일궈 내고 있는 셈이다.

별도 기준으로도 성적이 좋다. 2022년 매출은 2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전년(5375억원) 대비 80% 증가한 9681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침 없는 진격의 중심엔 존 림 대표가 있다. 존 림 대표는 1989년 일본계 글로벌 제약사 야마노우치(현 아스텔라스)를 시작으로 제넨텍(2004~2009년), 로슈(2010~2018년) 등 글로벌 제약 바이오업계에 30년 넘게 몸 담은 정통 전문가다. 2018년 9월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담당 부사장으로 합류한 후 2020년 12월 대표(사장)직에 오르며 진두지휘 중이다.
◆빅 파마 고객사 대폭 확대
그래픽=배자영 기자
그래픽=배자영 기자
존 림 대표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를 포섭하며 시장을 점점 장악해 갔다. 통상 빅 파마는 자체 생산 시설과 기존 위탁생산(CMO) 회사에서 먼저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데다 CMO 파트너십을 위해 높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규 CMO 파트너사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CMO 시장의 후발 주자로 등장해 주요 빅 파마를 고객사로 꾸준히 확보하며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2020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GSK·일라이릴리·아스트라제네카·모더나·노바티스 등 5곳의 빅 파마에서 첫 수주 계약을 따내는 성과를 냈다. 2022년 공시된 증액 계약 건은 8건에 이르며 이는 총 1조1083억원 규모다. 존 림 대표의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과 이를 기반으로 고객 만족도를 최대화한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략이 주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전 세계 주요 빅 파마에 포진한 존 림 대표의 인맥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강점 피력의 기회를 늘리고 파트너십 계약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면서 “속도·품질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고객사의 목표와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전사 역량을 투입했다. 이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해 차별화된 CMO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빅 파마(제약사) 20곳 중 12곳과 CMO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액은 1조7835억원으로, 3년 전인 2019년(3000억원대)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했다. 약 1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74개의 CMO 제품을 수주했고 약 200개의 글로벌 규제 기관 승인을 획득했다.
◆속도 경영…2캠퍼스 기대감 고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 사업 분야의 속도 관리로 고객사의 신뢰도와 만족도를 제고하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 필수적인 기술 이전 속도를 대폭 단축하는 등 고객 만족을 위한 프로세스 혁신을 거듭해 왔다. 일례로 2020년 일라이릴리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생산 계약을 체결한 이후 5개월 만에 의약품 초기 물량 생산을 성공했다. 특히 기술 이전 기간을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인 3개월로 대폭 단축했다.

지난해 10월 4공장도 업계 최단기간인 23개월 만에 부분 가동했다. 약 2조원을 투자한 4공장은 생산 능력은 24만 리터로 단일 공장 세계 최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1·2·3공장 생산 능력이 36만4000리터로 생산 설비 기준 세계 1위다.

4공장은 올 상반기 전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전 가동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생산 능력은 60만4000리터로 압도적 1위가 된다. 10여 년 뒤 2캠퍼스까지 완공되면 생산 능력은 약 100만 리터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글로벌 고객사와 잠재 고객사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거점을 구축하며 수주 활동과 고객사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구·개발(R&D)센터에 이어 보스턴 세일즈 오피스(영업 사무소)를 설치했고 향후 뉴저지에 세일즈 오피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향후 중요성 높은 해외 거점에 추가 개소해 고객사와 접근성을 높이겠다”며 “글로벌 수주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영업 역량 측면에서도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존 림 대표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반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위탁 개발(CDO)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세대 이중 항체 플랫폼 ‘에스듀얼(S-dual)’, 신약 후보 물질 선별 기술 ‘디벨로픽(DEVELOPICK)’을 론칭했다. 또한 삼성물산과 공동으로 조성한 1500억원 규모의 라이프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지난해 재규어 진 테라피(유전자 치료제 개발), 센다 바이오사이언스(나노입자 약물 전달체 개발) 등 유망한 혁신 벤처에 투자했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그래픽=배자영 기자
◆지속 가능한 CDMO 리딩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대폭 강화했다. 내부적으로는 2021년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만들고 ESG 보고서 발간을 개시했다.

대외적인 활동도 적극적이다. 존 림 대표는 영국 왕실 주도의 기후 변화 대응 이니셔티브(SMI : 지속 가능 시장계획위원회)에 위탁 생산 개발(CDMO)업계 대표로 참여해 공급망 탄소 배출량 절감 방안을 모색 중이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가입했고 글로벌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CDP), 금융감독원 기후 환경 리스크 관리 모형 개발 프로젝트(프런티어1.5D) 등 여러 기후 변화 대응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성적표도 좋다. 한국ESG기준원(KCGS)에서 2021년, 2022년 2년 연속 종합 평가 A등급을 획득했다. 2022년 9월 글로벌 지속 가능성 조사 기관 ‘에코바디스(EcoVadis)’의 ESG 평가 상위 5%에 부여되는 골드 등급을 수상했고 2021년 CDP 보고서 B등급 및 우수 기업 수상 등 성과를 냈다.
돋보기
“좋은 직장에 좋은 인재 몰린다”
존림 대표가 리얼 톡(Real Talk) 행사에서 임직원 실시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존림 대표가 리얼 톡(Real Talk) 행사에서 임직원 실시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사장)가 임직원들에게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바로 ‘기본’이다. 환자들에게 직접 투약되는 의약품을 생산하는 만큼 품질에 대한 사명감을 가져야 하고 이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또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품질과 함께 ‘원팀(one team)’을 강조한다. 바이오 의약품 시장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이 경쟁력은 바로 임직원이 하나로 뭉쳐 한 팀처럼 일할 때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경영 철학이다.

존 림 대표는 직원 복지의 중요성도 역설한다. “좋은 회사에 좋은 인재가 오며 오로지 업무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임직원들이 본인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 관계사 중 12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복리 후생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통근 버스를 서울‧경기‧인천 주요 지역 50개 노선에서 운행, 임직원들의 통근을 지원하며 임직원과 임직원의 직계 가족의 의료비(건강보험 적용 항목)를 전액 지원해 주는 식이다. 어린이집의 경우 늘어난 임직원의 수요를 반영해 2021년 원아 수용 규모를 2배로 늘려 일과 육아의 병행을 지원하고 임직원의 경력 단절을 막는 데 힘쓰고 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