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차례 가격 인상 시도…올해 첫 타깃은 클래식 플립백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상품은 프라이스가 아닌 퀄리티."


파트2 공개를 앞두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 나오는 대사죠. 그런데,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에는 통하지 않나 봅니다. 퀄리티보다 중요한 게 프라이스라고 생각하는 건지 또 가격을 올렸습니다.

우선 스테디셀러에 해당하는 클래식 플랩백은 크기 별로 가격이 다른데, 스몰은 1237만원에서 1311만원이 됐고요. 미디엄은 1316만원에서 1367만원으로, 라지는 1420만원에서 1480만원으로 뛰었고요. 올해 첫 인상입니다.

샤넬 측에서는 "가방을 비롯한 가죽 제품 가격을 원가에 따라 책정한다"라며 "그러나 최근 몇 달 간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제품의 원재료비와 생산비가 상승해 모든 나라에서 제품 가격을 일괄 조정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언제 올릴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요즘 샤넬의 행태를 보면 가격 인상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게다가 지난해는 새해 벽두부터 올려서인지 '올해는 좀 늦었네'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게 바로 상황을 학습한다는 '파블로프의 개' 이론이겠죠.

코로나19 이후 샤넬은 스테디셀러 제품들을 중심으로 분기별로 1번씩, 연간 기준으로는 총 4번씩 가격을 인상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2월, 7월, 9월, 11월. 2022년에는 1월, 3월, 8월, 11월. 구체적인 기준이라도 있는 건지 가격 인상 시점은 비슷합니다.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올릴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샤넬 클래식 플립백. (사진=샤넬 홈페이지 갈무리)
샤넬 클래식 플립백. (사진=샤넬 홈페이지 갈무리)
샤넬이 이렇게 가격에 집착하게 된 시점은 2018년 이후라고 봅니다. 그 당시 업계에서 '샤넬, 한물갔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샤넬은 창사 108년 만에 처음으로 실적까지 공개하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2017년 기준 샤넬 매출은 96억2000만달러(한화 약 11조원), 영업이익은 26억9000만달러(약 3조원)로 발표했죠. 이 발표로 샤넬의 매출 규모가 LVMH의 프랑스 명품 루이비통에 이어 2위라는 것도 알려지게 됐습니다.

상장도 안 한 기업에다가, 실적 공개를 극도로 꺼려온 샤넬이 갑자기 '투명성'을 이유로 매출을 공개하니 모두가 놀랐습니다. 명품 업계에서 입지가 줄어들면서 매출이 예전같지 않자 2015년 '50% 파격 세일'을 진행했고, 이후 샤넬의 시대가 끝났다는 비판까지 나오자 자신들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전략이었죠.

그러고는 조금씩 가격을 인상하기 시작하더니, 클래식 플랩백(미디움 기준)은 2018년 628만원에서 2023년 1367만원이 됐습니다. 인상률은 117.6%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샤넬 이미지는 600만~800만원대에 살 수 있는 브랜드였죠. 물론 그때도 많이 비싼 편이었습니다.

소지품 몇개 들어가는 가방 하나가 1500만원에 달한다니. 1500만원이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사이즈(4500원)가 3333개입니다. 매일 아메리카노를 즐겨 먹는 사람이 그 돈을 열심히 저축하면 9년 뒤쯤엔 '샤넬 오너'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인 거죠. 아, 아니다. 샤넬이 그동안 가격을 얼마나 올릴지 모르잖아요. 거기서 3~4년 더 걸릴 수도 있겠습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