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 시 매수 유효…단기 급등한 성장주보다 소외된 대표 기업 ‘반도체, 완성차’

[머니 인사이트]
(230314) -- SANTA CLARA, March 14, 2023 (Xinhua) -- People queue up outside the headquarters of the Silicon Valley Bank (SVB) in Santa Clara, California, the United States, March 13, 2023. The U.S. Treasury Department, the Fed, and the 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 on Sunday evening announced joint action to stabilize the U.S. banking system, in response to the collapse of two mid-sized lenders, California's Silicon Valley Bank and New York's Signature Bank. (Photo by Li Jianguo/Xinhua)
(230314) -- SANTA CLARA, March 14, 2023 (Xinhua) -- People queue up outside the headquarters of the Silicon Valley Bank (SVB) in Santa Clara, California, the United States, March 13, 2023. The U.S. Treasury Department, the Fed, and the 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 on Sunday evening announced joint action to stabilize the U.S. banking system, in response to the collapse of two mid-sized lenders, California's Silicon Valley Bank and New York's Signature Bank. (Photo by Li Jianguo/Xinhua)
‘리먼 모멘트(Lehman moment)’라는 말이 있다. 금융 시스템에서 대형 기관의 위기가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거나 기관 간 신뢰가 악화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3월 10일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예금자 보호를 명목으로 캘리포니아에 거점을 둔 실리콘밸리은행(SVB)을 폐쇄했다. SVB가 예금 이탈과 채권 자본 손실로 인한 자본 조달 계획을 발표한 지 이틀 만이었다. 3월 12일엔 뉴욕을 거점으로 한 시그니처은행도 폐쇄 조치에 들어갔다. 연이어 두 개의 금융회사가 파산하면서 혹시나 경제 전반에 영향이 번지지는 않을지 리먼 모멘트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불거졌다.

정말 SVB의 파산이 리먼 모멘트, 시스템적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있을까. 시스템 리스크는 통상 예측 가능하지 않은 손실이 발생했을 때를 의미한다.시스템 리스크 도화선? 이번 SVB 사태는 손실에 대한 규모를 아직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스템적 위기로 해석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무엇보다 FDIC의 예금자 보호 조치(보험 대상 외 전부)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BTFP(Bank Term Funding Program) 설치 등 정책 개입도 신속하게 진행됐다. 두 정책이 각각 손실과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면서 은행 간 신뢰도 악화를 막아줄 수 있는 유동성 공급 기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아직은 개별 은행들의 이슈로 보는 것이 맞는 듯하다.

다만 가능성이 없다고 예단하기에도 이른 시점이다. 보호 조치에도 불구하고 예금자들은 여전히 불안을 느낄 수 있고 주주나 채권자들의 손실을 보상해 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에 언제든지 이들의 피해는 전이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예금이 온전히 보상되더라도 보험 신청에 드는 노력이나 비용 등을 회피하기 위해 대형 은행에 이체할 수도 있고 이 사건을 계기로 낮은 예금 금리에서 더 높은 금리 매력도를 가진 머니 마켓 펀드(MMF : 단기 금융 상품에 집중 투자해 단기 실세 금리의 등락이 펀드 수익률에 신속히 반영될수 있도록 한 초단기 공사채형 상품)나 단기 국채로 자금이 이전될 여지도 있다. 미국 대형 은행들의 예금 금리가 높은 기준금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0%대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말이다.

금융 위기 때를 돌아보면 서브프라임 디폴트가 이어지던 시기인 2007년 7월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서브프라임 문제가 일반적인 주택 대출로 점염되고 있다고 밝힌 것이 결과론적이지만 신호였다. 이번에도 SVB와 유사한 고객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가진 은행들에의 점염 여부가 핵심이라는 의미다.

SVB 파산의 원인은 높은 테크 기업 고객 의존도와 채권 투자 비율이다. SVB 예금 고객 중 테크와 바이오 스타트업의 비율이 39%에 달했다. 벤처캐피털(VC)까지 포함하면 52%였고 리테일 고객은 고작 7%에 불과했다. 고객층이 다양하지 않고 쏠려 있어 VC와 스타트업의 업황 부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문제는 이들이 고객 예금을 기반으로 투자한 자산도 미국 국채에 쏠려 있었다는 점이다. 2020년과 2021년 벤처와 스타트업 투자 붐에 따라 막대한 현금이 신생 기업에 유입됐고 이들이 SVB에 예금을 예치하면서 은행은 돈을 굴릴 수단을 마련해야 했다. SVB는 그 수단을 당시 저금리의 국채로 선정한 것인데 이 때문에 은행의 자산 대비 국채 비율이 55%에 육박했다. 은행 산업 평균 국채 비율이 20.4%에 불과한 것을 생각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객들의 대규모 예금 인출은 은행의 국채 매각을 의미했다. 2년간 Fed가 기준금리를 450bp(1bp=0.01%포인트)나 올려 버린 마당에 국채 매각 손실은 18억 달러로 불었다. 이 손실을 고려할 때 SVB의 보통주 자본 비율(CET-)의 자본 대비 미실현 손실은 113%였다. 기술적인 지급 불능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

SVB와 유사하게 테크 고객층이 많거나 예금 대비 국채 투자 비율이 높은 은행은 시그니처은행을 제외하면 팩웨스트뱅코프·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퍼스트리퍼블릭뱅크·찰스슈왑·노던트러스트·스테이트스트리트 등 총 6개다. 노던트러스트와 스테이트스트리트를 제외하면 모두 이들의 주가는 50% 이상 하락했다. 이 은행들의 뱅크런 여부 확인과 주가 안정화가 리스크 해소의 단초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뱅크런 여부는 심리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모니터링의 영역이다. 단기적으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하루는 긴축 우려 후퇴로 시장이 안정을 보이다가도 또 다른 뉴스 흐름이 다시 위험 회피 심리를 불러올 수 있는 환경이다.뱅크런 내다보는 지표와 주식 시장 대응 전략따라서 어렵지만 뉴스의 흐름과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뱅크런 가능성을 가리키는 뚜렷한 지표는 부재하지만 지금 상황을 대입했을 때 대리 지표(proxy)로서 활용할 수 있는 지표는 있다.

△미국채 변동성 △미국채 초단기 금리와 Fed 역레포(reverse repo : Fed가 미국 국채 등을 담보로 시중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 이하 RRP) 잔액 △은행 자금 조달 금리(Libor, SOFR)다.

미국채 변동성과 초단기 금리 변화는 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를 대변한다. 이와 함께 중소형 은행의 예금이 대형은행 MMF나 국채 직접 매수 등으로 이전될 때 지표 반응이 격력해질 수 있다. 실제로 파산 이후 단기채 수요가 늘어나 단기 재정 증권(T-Bill) 금리가 급락하면서 OIS(overnight index swap rate) 금리와 유사한 수준까지 내려왔고 양수(+) 값을 가진 2년 OIS-미국채 금리 스프레드도 음전했다.

RRP 기구도 유사한 의미를 가진다. RRP 기구는 Fed에 금융회사가 자금을 예치하는 기구로, 기준금리에 5bp의 가산 금리를 가진다. 통상 MMF가 이 기구를 활용하는데 예금에서 MMF로 자금이 이전되면 RRP 기구로의 자금 유입도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은행 간 조달 금리는 앞서 언급한 금융회사 간 신뢰도를 의미한다. 리보-OIS 스프레드를 자주 활용하는데 리보 금리는 은행 간 무담보 차입 금리다. 이 지표의 급등은 일반적으로 시스템 리스크의 전조 현상으로 여겨진다.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주식 시장은 급락 시 매수로 대응하는 것은 유효하다. 그리고 이때는 지금의 리스크가 미국 중소형 은행 개별 리스크로 인식되는 상황일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원·달러 환율이 주식 시장에 비해 낮은 변동성을 띠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종을 성장주와 가치주로 구분해 본다면 단기 급등한 성장주보다 소외된 대표 기업이 유리해 보인다. 한국 증시에서 보자면 반도체와 완성차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종빈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