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지의 IT뷰어]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일대 모습.(사진=한국경제신문)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일대 모습.(사진=한국경제신문)
여러분에게 재택근무는 남의 일인가요 나의 일 인가요?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IT업계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경험한 비율이 더 많으실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재택이 수월한 업종이기 때문이죠.

최근 재택근무 종료를 둘러싸고 몇몇 IT기업들이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엔데믹의 전환과 함께 회사들이 다시 사무실로 돌아올 것을 요구했기 때문인데요, 숙박 플랫폼 기업 ‘야놀자’는 코로나19 이후 시행해 온 자율원격근무(재택근무) 제도를 종료하기로 해 내부 반발을 겪었습니다.

야놀자는 2020년부터 전 직원 자율원격근무제도를 실시했는데, 사무실이나 자택, 거점 오피스 중 선호하는 근무 장소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제도였어요. 하지만 지난달 27일, 공지를 통해 원격근무제도를 폐지하고 4월부터는 주 2회, 6월부터는 주 3회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로 변경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야놀자의 근무 방식이 바뀐 게 화제가 된 것은 야놀자가 엔데믹 이후에도 원격근무 제도를 계속 시행할 것이라 홍보했기 때문이에요. 원격근무 제도를 보고 회사에 입사했다는 반응도 있었죠.

하지만 야놀자 측은 생산성을 이유로 원격근무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배보찬 야놀자 대표는 지난달 28일 이메일을 통해 “회사가 역사상 처음으로 역성장했다”며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로의 변경을 알렸습니다. 이수진 대표 역시 “세계적인 기업들도 원격근무나 재택근무의 생산성 저하 측면을 고려해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죠.

야놀자 뿐만이 아닙니다. 3월 들어 지하철 신분당선 판교역은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 엔데믹에 들어서면서 IT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종료했기 때문이죠. 넥슨과 넷마블, 카카오가 재택근무 종료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물론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은 네이버죠. 네이버는 주 5일 내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는 원격근무와 주 3일 이상 사무실에 출근하는 오피스 근무 중 방식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우리보다 다소 근로 환경이 유연할 것으로 여겨지는 해외의 사장은 어떨까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 경영자는 “대면근무를 하는 엔지니어가 더 나은 성과를 냈다”며 사실상 재택근무 축소를 시사했습니다. 아마존과 월트 디즈니 역시 재택근무를 축소했어요.

이처럼 재택근무 축소를 시사한 IT 기업들에겐 ‘역성장’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메타는 지난해 2분기부터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해고까지 진행하는 상황이죠. 아마존과 월트디즈니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의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CEO들은 역성장의 원인을 재택근무도 한 몫을 한다고 보고 있는 듯 합니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거죠.

하지만 역성장의 원인을 재택으로 모두 돌릴 순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IT산업은 펜데믹의 수혜로 실적이 성장한 대표적인 산업군이죠. 팬데믹이 극심하던 시기, IT기업들이 스스로 개발자 유치를 위해 대규모의 연봉과 재택근무를 내세웠던 시절도 있었죠.

그런데 일상으로의 전환이 이뤄지자 실적 부진도 시작된 겁니다. 사업 환경 자체가 바뀌어버린 거죠.

어쨌거나 지금의 IT 기업들은 재택근무 종료 대열에 서서히 합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펜데믹을 겪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재택근무 가능이 기업을 선택할 때 중요한 요건이 됐는데요. 이렇게 벌어진 노사 간 생각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가 기업들의 과제가 된 것 같습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