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진행되는 중국 경제와의 디커플링
중국 대체할 값싼 공급자·소비자 필요
인도·베트남 등 대체지 거론되지만, 글쎄

[경제 돋보기]
2018년 2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 분쟁이 이제 5년을 지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전쟁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 분쟁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지속되고 있고 범위가 노동·환경·기술 패권 경쟁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미·중 간의 무역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한국무역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1304억 달러, 수입은 5056억 달러로 적자 규모가 3752억 달러였다. 하지만 2022년 수출 1538억 달러, 수입 5368억 달러로, 적자 규모가 3829억 달러로 큰 변화가 없고 오히려 약간 증가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중 양자 간 무역 규모나 적자 규모가 무역 분쟁이 없었더라면 훨씬 더 확대됐을 것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미·중 무역 분쟁으로 미국 정부가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서서히 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대세다. 특히 미국 정부의 의도적인 중국 경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의 대중국 제조업 수출이 지난해 크게 하락했는데 하락분 대부분은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설비 관련 제품으로 나타났다. 이런 효과는 2022년 10월 발표된 미국 정부의 관련 수출 통제 조치로 인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부분은 에너지 관련 제품의 대중국 수출 하락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정부가 에너지 관련 제품 수출을 무기화하자 서유럽 국가는 미국으로부터 원유·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관련 제품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점차 커지고 있고 말레이시아(원유), 카타르(LNG), 몽골(석탄)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결국 미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미국과 중국의 경제 디커플링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정부가 걱정하는 중국의 무역 무기화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 ‘국가 안보’라는 비경제적 목표 달성에는 미국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을 대체할 값싼 공급자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해 줄 새로운 소비자를 찾는 것 역시 시간이 소요되고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의 대체지로 ‘인도’가 거론된다. 하지만 인도 역시 매우 다양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열악한 투자 환경, 평균 이하의 인프라는 인도를 중국 대체지를 선뜻 지목하기 어렵다. 인도는 2023년 경제 자유 지수에서 세계 131위를 차지했고 높은 관세, 보호무역주의 조치, 차별적인 외국인과 외국 기업 대우 등 ‘사업하기 어려운 국가’의 대명사다.

그렇다면 베트남은 어떨까. 한국은 그동안 베트남에 많이 투자해 왔지만 사실 베트남의 공공·민간 부문에 만연해 있는 부정부패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중·장기적으론 그 매력도가 점차 하락할 것이다.

미·중 무역 분쟁의 파장을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는 미국의 시각은 한국엔 남의 얘기가 아니다. 미·중 모두 경제적으로 중요한 한국으로서는 적절한 해결 방안과 대응책이 필요하다.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하지 않고 희망에만 근거한 지정학적 결정은 국가의 수출 산업을 위태로운 상황에 빠뜨릴 수 있다. 부문별, 해당 시장별로 다각화된 전략 수립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 방안을 고심해야 할 때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 학장 겸 국제대학원 원장
미국도 중국도 중요한 한국 무역, 묘수는[강문성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