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안에 베이비 스텝을 선택한 미국 중앙은행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 1.5%포인트로 확대, 2000년 이후 최대 역전 폭
세계적 신용 경색 여파에 불안

[경제 돋보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월 17일 발표한 중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깨지기 쉬운 회복(fragile recovery)’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작년 말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높였지만 회복세가 언제라도 반전될 수 있다는 경고가 포함된 것이다.

아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확실하지 않고 그로 인한 식량·에너지·공급망의 불확실성이 크다. 물가 불안이 여전하고 각국의 통화 긴축 속도에 대해서도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2022년 4분기에 주요 20개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했지만 올해 초 소비 심리가 나아지면서 경제가 활발해졌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면서 중국 경제 성장이 다시 궤도에 오르면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확실한 수요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에 대한 고무적인 경제 전망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일제히 하락했다. OECD는 이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이전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춘 1.6%로 예측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0.3%포인트 낮춘 1.7%로 전망했는데 이것은 일본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1.8%보다 아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5%로 거의 1%포인트를 하향 조정한 수치를 발표했다. OECD는 중국의 경제 활동 재개에 따라 한국이 수혜를 보겠지만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 금융 시장 여건으로 인해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83년 설립돼 고객의 44%가 벤처기업이고 자산 기준으로 미국에서 16위에 해당하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3월 10일 뱅크런으로 36시간 만에 파산했다. SVB 파산의 여파로 가상 자산 전문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했고 자산 규모 14위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에서도 뱅크런이 발생해 11개 대형 은행이 긴급 예치금 300억 달러를 지원했지만 불씨는 그대로다.

파산의 여파가 유럽을 비롯한 세계로 번지고 있다. 자산 규모 세계 9위인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CS)도 뱅크런으로 인해 스위스 중앙은행이 구제 자금을 투입하고 결국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인수한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의 불안은 줄지 않고 있다.

3월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결국 0.5%를 올리는 빅 스텝 대신 0.25%를 올리는 베이비 스텝을 선택했다. 금융 시장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좌시하기 어려웠을 것이지만 동시에 시장에 만연한 경기 부양에 대한 심리를 저지해야 하는 고민이 담긴 금리 인상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금리와 한국의 금리 차는 1.5%포인트로 확대돼 2000년 이후 최대 역전 폭을 기록하게 됐다. 한국의 금융 시장이 당장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세계적 신용 경색의 여파는 피할 수 없다. 금리 차가 더 확대되면 자본이 급격히 빠져 나가면서 환율 폭등과 주가 하락과 같은 금융 시장의 대혼란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재정 지출은 필수 불가결한 곳에 선택적으로 지출하면서 긴축의 시간을 고통 분담으로 견뎌 낼 필요가 있다. 생산성 향상과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경쟁력 없는 기업의 구조 조정과 노동 시장의 구조적 개혁을 지속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