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사업 철수한 티피코시, 토탈 캐주얼 유니섹스 브랜드로 17일 재론칭

티피코시 과거 CF 장면. (사진=LF 제공)
티피코시 과거 CF 장면. (사진=LF 제공)
코로나19 이후 영화시장이 살아나지 않고 있습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천만영화'가 쏟아졌는데, 요즘은 관객수 100만명도 넘기기 힘들어졌죠.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흥행한 영화가 있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라고, 1990년대 연재된 인기만화 '슬램덩크'가 영화로 만들어진 것인데요. 누적 관객수 4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 1월 개봉했는데 아직도 일부 극장가에 걸려있습니다.

슬램덩크처럼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레트로(복고)'는 올해도 그 인기가 식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X세대(1970~1980년대 초반 출생)는 추억이 되살아 나서, MZ세대는 신선하고 독특하게 느껴져서 레트로 문화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과거 유행한 다양한 것들이 레트로 바람을 타고 있는데, 패션도 그중 하나입니다. 특히, Y2K(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많이 입은 의상들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취향 특이하네"라는 소리를 들었던 아이템들이 이제는 대세가 된 거죠. 게다가 Z세대(2000년대 초반 출생) 사이에서는 이런 패션이 더 주류가 돼 '제니 패션', '젠지 패션' 등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티피코시'도 돌아옵니다. 반도패션(현 LF)이 1991년 선보인 자체 브랜드입니다. 그때는 음악과 가수를 통하면 유행한다는 공식이 있었는데, 티피코시도 힙합, 레게, 락,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스타들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죠. 그래서 당시 인기 아이돌인 서태지와 배우 김남주, 공유 등 다양한 유명인을 모델로 내세웠죠. '태지처럼 입어요'라는 광고 문구 하나로 젊은층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거죠.
티피코시 과거 CF 장면. (사진=LF 제공)
티피코시 과거 CF 장면. (사진=LF 제공)
티피코시의 인기는 드라마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삼천포'와 '윤진'의 커플티로 티피코시가 등장하기도 했거든요.

티피코시는 주로 기성문화를 거부하고 사회적, 문화적 다양성을 개성과 취향이 반영된 패션으로 표출하고자 하는 X세대의 니즈와도 잘 맞았습니다. 그래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거죠. 다만, IMF와 경제위기를 겪으며 2000년대 들어 매출이 급감했고 2008년 사업을 철수했습니다.

LF는 티피코시를 토탈 캐주얼 유니섹스 브랜드로 오는 4월 17일 재론칭한다고 합니다. 기성세대에는 향수를, 새로움을 갈망하는 Z세대에게는 호기심과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결정입니다.

사업 철수 15년 만에 다시 돌아오는 겁니다. 결과는 '모 아니면 도'입니다. 잘 되면 좋겠지만 패션산업이 그리 관대하지 않거든요. 가장 중요한 건 패션업계 주류로 떠오른 Z세대가 얼마나 관심을 가질 것인가죠. 요즘 뜨는 복고 문화의 주인은 X세대겠지만, Z세대를 거쳐야 '힙해지는(트렌디하다)' 느낌이 생기잖아요. 저도, 젠지들이 입으면 그때는 티피코시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