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에 대항해 희토류 시장 영향력 키우는 중국
전기차에 필요한 고성능 자석 수출 규제도
중국 의존도 높은 한국에는 불리한 국제 정세

[경제 돋보기]

일본은 올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의장국 지위를 이용해 대중국 견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오는 5월 히로시마에서 개최될 G7 정상회의에서 일본은 중국 견제를 위한 국제 사회의 공동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4일 열린 G7 통상 장관 회의에서 일본은 이미 이러한 방침을 표명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디지털화, 녹색 전환과 같이 늘 언급되는 이슈 외에 중국과의 공급망 축소, 첨단 기술 수출 통제 강화 및 경제적 강압(경제 보복) 공동 대응 등 그동안 미국이 추진해 온 대중국 견제 정책에 대한 G7 국가의 협력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기술 발전의 속도를 감안해 수출 통제 제도를 ‘효과적이고 책임감 있게’ 운영하고 특정 국가의 일방적인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 G7 국가들이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자유롭고 공정한’ 규범에 기반한 국제 통상 질서를 훼손시키는 조치를 ‘경제적 강압’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강압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수단 외에 필요하다면 새로운 수단까지 동원하고 G7 국가와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와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대한 공동 조치에 우방국들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중국은 자국의 이해관계를 거스르는 국가에 경제 보복 의향을 내비치거나 실제 조치를 발동함으로써 상대국을 굴복시켜 온 사례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달라이 라마 접견을 문제 삼아 에어버스 수십 대 계약 파기를 언급함에 따라 유럽 국가가 접견을 취소하거나 사과하곤 했다.

중국의 경제 보복은 미국의 동맹국 연대 전략에 장애물이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이 함부로 보복 조치를 발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했다. 지난해부터 미국과 일본은 이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해 왔다. 최근 G7 실무급 협의에서 미국은 G7 국가의 공동 대응을 제안했다. 경제 보복 시 G7 국가들이 관세를 공동으로 인상하자는 것이다. G7 국가의 경제 보복 공동 대응은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조치는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 일본 첨단 전자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기반 고성능 자석 제조 기술 수출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주 발표했다. 이에 앞서 중국 지도부는 자석과 실리콘을 전략 품목으로 분류하고 중국산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의존도를 높이는 공급망 인질 전략을 지시했다. 세계 희토류 시장을 장악한 중국은 2021년 11월 중국희토류그룹을 국유 기업으로 설립했고 올해에는 동 그룹 산하 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늘려 희토류 영향력 확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작년 말부터 중국은 수출 규제 목록을 개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네오디뮴, 사마륨 코발트 자석 제조 기술을 추가하기로 했다. 고성능 자석은 전기차·풍력용 터빈·휴대전화·가전제품·무기·로봇·항공기 등에 널리 사용되고 실리콘은 태양광 패널의 재료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및 배터리 탈중국화와 미국 내 공급망 구축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지만 일본이 주도하는 히로시마 G7 의제에 대한 반발을 표현한 것이다. 최근 열린 일·중 외무장관 회의에서 중국 측은 일본의 중국 견제 정책 기조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산업의 절대 강자이고 지난 수십년간 희토류 가공·정제 및 부품화 기술을 축적해 왔다. 미국산 전기차도 중국에서 제작된 고성능 자석을 이용한 모터를 탑재하고 있다. 2010년 센카쿠열도에서의 물리적 충돌 직후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 일본은 신기술 개발과 희토류 조달처 다변화로 피해를 줄이는 노력으로 대응하는 한편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대폭 줄이는 정책에 돌입했다.

3월 29~30일 비대면으로 개최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첨단 기술 수출 통제 제도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1년 12월 제1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했던 ‘수출 관리·인권 이니셔티브’에 동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중국 견제 정책을 기정사실화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불리한 국제 정세가 형성되고 있어 안타깝다. 하지만 공급망 인질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동맹국의 정책을 한국도 채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거세지는 중국의 견제 그리고 한국의 선택[정인교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