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틴베스트, 정기주총 리뷰 보고서 발간
ESG 전문 평가기관이자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18일 2023년 정기주주총회 시즌 리뷰 보고서를 발간하며 국내 주주행동주의가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로 본격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 서스틴베스트는 총 211개 국내 상장기업이 상정한 1494개 안건을 분석했고, 이 가운데 157개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반대 권고 비율은 10.5%로 전년(8.9%) 대비 증가했고, 정관변경 안건과 감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반대 권고 비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안건 유형에서 반대 권고율이 3.6%로 전년(1.1%) 대비 상승한 것은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이 늘면서 이사회 안과 주주제안자 안이 경합하는 사례가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올해 정기주주총회에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한 기업은 44곳으로 전년(28곳)에 비해 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안건 유형별로는 이사·감사 선임, 배당, 정관 변경, 자사주 취득·소각·처분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주주행동주의 급부상을 올해 주총 시즌의 주요 동향으로 꼽으며, 그 배경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활발한 주식시장 참여와 지배구조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 제고를 언급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풍부한 유동성과 증시 활황에 힘입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직접 투자가 가파르게 증가했고, 이는 투자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이어졌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ESG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의 고질적인 저평가의 원인으로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부각되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이 국내 주주행동주의 부상을 이끌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특히 주주환원 확대를 제안하는 안건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지목하며, 이는 우리나라의 낮은 배당성향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KT&G, BYC, 태광산업, JB금융지주, 남양유업 등의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현금배당 확대 안과 자사주 매입 안이 상정되었으며 이들 안은 모두 부결되었다.
행동주의 펀드의 중장기적 투자를 가정할 때 향후 이 같은 유형의 주주제안이 꾸준히 나올 것으로 예상되므로 기업별, 산업별로 주주환원의 적정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언급했다. 또한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고정비적 특성이 높은 인건비 등 국내 시장의 특수성도 적정 주주환원 수준을 판단할 때 고려될 수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올해 주총 시즌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부분은 소유분산기업의 경영 투명성 논란이 주요 현안으로 부상한 점이다. KT, 금융지주사 등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이와 동시에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민간기업 경영 개입의 정당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언급했다. 보고서는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 대한 국민연금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를 단순히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다소 의문이 존재한다고 지적하며, 내년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POSCO홀딩스와 KT&G의 대표이사 후보 추천 과정과 이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방향에 관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서스틴베스트는 올해 정기주총 안건 분석에서 이사회의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 책임에 강화된 기준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3년간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대건설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산업안전 리스크 관리 실패를 근거로 반대를 권고했다. 한편, 미흡한 환경 리스크 관리로 반대 권고가 나간 이사 재선임 안건은 없었으나, 10개 기업의 이사 후보들에 대해 불충분한 기후 공시에 대한 감독 책임이 있다는 점이 참고사항으로 함께 명시됐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국내 주주행동주의 급부상,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와 이에 대한 정부 간섭 논란은 올해 정기주총 시즌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은 트렌드"라고 말하며 "국내 상장기업 주주환원의 경우 개도국 마켓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고려할 때 제고될 필요성이 분명 존재하지만 제조업 중심의 산업적 특성, 낮은 고용 유연성 등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한 타협점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언급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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