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심장 크렘린궁에 드론 ‘쾅’… 길어지는 전쟁, 깊어지는 위기 [Weekly report]
러시아가 대통령 관저인 크렘린궁에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시도였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로이터·타스 등은 5월 3일 새벽 모스크바 크렘린궁 상공에서 15분의 시차를 두고 연이어 드론이 폭발하는 영상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크렘린궁에는 푸틴 대통령 집무실과 거처뿐만 아니라 기념 식장과 상원 등이 들어서 있다. 크렘린궁은 직후 성명을 통해 “전날 밤 우크라이나가 무인기로 크렘린궁 대통령 관저에 공격을 시도했다”며 “두 대의 무인기가 크렘린궁을 겨냥했지만 군이 전자전 체계를 적절히 사용해 드론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공격으로 푸틴 대통령은 다치지 않았고 파편 등으로 인한 건물 손상도 없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공격 당시 크렘린궁에서 약 30km 떨어진 모스크바 근교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중에서도 심장부인 크렘린궁을 공격한 것이라면 러시아에는 상당한 충격일 수 있다. 최근 수개월간 러시아 국방부 청사를 포함해 모스크바 주요 건물 옥상에서 방공 시스템이 목격됐고 이는 우크라이나 또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세력의 공습에 대비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크렘린궁마저 안전하지 않다’는 심리적 효과를 겨냥한 공격을 벌였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에 대한 드론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고 실제 공격을 감행했다면 푸틴 대통령을 실제로 제거하려는 시도보다는 러시아를 조롱하거나 흔들려는 심리전 차원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핀란드를 방문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헬싱키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우리는 푸틴이나 모스크바를 공격하지 않았다”며 러시아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러시아가 보복 명목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위해 자작극을 벌인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러시아는 “러시아 대통령의 생명을 노린 계획적인 테러 행위에 대해 적합한 시기와 장소에 보복할 권리가 있다”고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촉발된 이번 전쟁은 글로벌 안보와 경제에 복합적인 위기를 낳고 있다. 에너지 위기와 식량 위기, 공급망 위기 등이 심화하며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1년 2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크렘린궁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인해 양국 간의 전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세가 시작된다면 얼어붙은 글로벌 경제에 복합적인 위기 요인을 심화시키는 트리거가 될 수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