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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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내다봤다. 올 2월 1.8%의 전망치를 내놓은 데서 3개월 만에 0.3%포인트 낮춘 것이다. 반도체 경기 악화로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11일 KDI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3~2024년 국내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KDI가 이번에 발표한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정부, 한국은행이 내놓은 1.6%보다 낮은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내놓은 전망치 1.5%와는 동일하다. 앞서 KDI는 지난해 5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가 올 2월 전망치를 1.8%로 내려 잡은 바 있다.

KDI가 전망치를 낮춘 주요인으로는 반도체 경기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로 이날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는 전년 대비 10.1% 줄었으며, 그중에서도 반도체는 29.4%가 감소했다.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경제가 정상화되는 시점은 내년 말께는 돼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KDI는 "우리 경제는 올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위축되며 1.5% 성장한 후 내년 대외수요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세 확대로 2.3% 성장할 전망이다"라며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의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경기 부진에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KDI는 수출 부진으로 인해 상반기 0.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1.1%)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하반기에는 중국 경제 회복과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2.1% 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반도체 경기는 2001년 IT(정보기술) 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심각하게 부진하다"면서 "올해 하반기 반도체 회복 속도가 2월 전망보다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전망됐다. 지난 2월 3.5%를 제시한 데서 0.1%포인트 낮춘 수치다. 정부(3.5%)와 한은(3.5%), IMF(3.5%), OECD(3.6%)보다는 낮지만, 지난달 발표한 ADB(3.2%)의 전망치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다만 에너지, 식료품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 전망치는 3.4%에서 3.5%로 올려, 올해 한국 경제의 고물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KDI는 "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다시 확대될 경우, 추가적인 금리 인상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주요국에서 신용 위험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이 경색될 경우, 세계 경제 회복이 지연되면서 수출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자리 시장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취업자수는 서비스업 생산 증가로 올해 27만 명이 증가하고, 내년에도 17만명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