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으로 위장하기 위해 시신 유기
정유정, 고등학교 졸업 후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아

‘부산 또래 살인’ 피의자 정유정 신상공개...“제정신 아니었던 것 같다”
부산에서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됐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1일 오후 7명으로 구성된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피의자 23살 정유정의 이름과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과외를 구하는 앱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의 집에 교복을 입고 찾아가 피해자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낙동강 근처 풀숲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조사 결과 정유정은 "실종으로 위장하기 위해 시신을 유기하기로 했다"며 "살인 충동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유정은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 후 평소 자신이 자주 산책하던 곳을 유기 장소로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는 범행수단의 잔인성과 재범 가능성, 국민 알 권리를 고려해 공개 여부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부산경찰청 피의자 신상 공개 결정은 2015년 10월 '부산 서면 총기 탈취범' 사건 피의자 홍 모 씨 얼굴 공개 이후 약 8년 만이다.

MBC에 따르면, 정유정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5년 동안 직업을 갖지 않은 채 할아버지와 살았다.

정유정 할아버지는 “다음 달 10일에 공무원 필기시험이 있었다. 독서실, 도서관 이런 데서 공부하는 과정이었다. 내가 상상도 안 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내가 손녀를 잘 못 키운 죄로 유족들한테 백 배 사죄하고 싶다. 내 심정이 그렇다”고 말했다.

한편 정유정은 2일 오전 9시6분쯤 검찰 송치 전 부산 동래경찰서 앞에서 실종 사건으로 위장하려 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