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와 자동차 그리고 인공지능 [김홍유의 산업의 窓]
인류는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하면서 여러 번의 패러다임 전환을 거쳐 왔다. 지금까지 많은 일자리를 유지하고 풍요 속에 인류를 생활하게 한 것은 바로 19세기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이런 산업도 등장 시기에는 많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새롭게 등장한 자동차는 기성세대들과 패러다임의 변화에 둔감한 사람들에게 낯설고 흉물스럽게 여겨졌다. 그도 그럴 것이 굉음과 매연을 내뿜는 데다 그을음으로 빨래를 시커멓게 만들기 일쑤였다. 가장 강하게 반발한 집단은 당시 대중교통을 담당했던 마차업계였다. 자동차는 마차 속도의 두 배인 시속 30~40km에 달했다. 최대 탑승 인원도 마차의 두 배였지만 요금은 마차의 반값이었다. 말과 달리 기계(자동차)에 승객을 빼앗긴 마부들은 일자리를 걱정했다. 마차 업주들과 마부조합은 자동차를 규제하라며 영국 의회에 끊임없이 청원을 넣었다. 자동차의 운행을 규제하는 ‘적기 조례’를 제정했다. 이러한 적기 조례로 인해 번창하던 자동차업계에 급제동이 걸렸다. 사업자들은 지나친 규제라며 반발했다.

마차보다 느린 자동차는 무용지물이었다. 과잉 규제라는 논란에도 적기 조례는 1896년 폐지되기까지 31년간 존속됐다. 그동안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일거리가 없어진 자동차 기술자와 사업가들은 미국·독일·프랑스 등 해외로 빠져나갔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고 산업국 영국이 황당한 규제로 인한 2류 국가로 전락한 이유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의 큰 패러다임의 변화를 현대 중심으로 살펴보면 크게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으로 패러다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환됐고 다양한 아날로그 일자리가 사라지고 다시 디지털 일자리가 등장했다. 1990년대 인터넷의 등장으로 정적인 면에서 동적인 면으로 다이내믹하게 바뀌었다. 따라서 정적인 일자리가 사라지고 동적인 일자리인 모바일 관련 일자리가 등장했다.

즉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일자리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관심은 데이터 경제에 기초한 미래 산업에 관심이 많다. 이미 빅데이터 중심의 AI 산업이 시작되고 있고 여기저기에서 미래형 일자리에 대한 구상과 현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일자리의 주인공은 AI와 빅데이터에 기반한 산업이라는 것은 이미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AI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 AI 산업혁명은 산업과 고용 경제에 혁신을 불러오고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즉, 데이터 경제는 경제 성장과 일자리를 견인할 AI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이다. 미래에는 데이터 경제가 국가 경쟁력까지 좌우할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데이터 경제에서 일자리는 단기적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안한다.

첫째, 철저한 현장 중심의 데이터 경제에 걸맞은 인재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탁상공론의 정책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있어야 한다. 둘째, 데이터 경제에 맞는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기관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지원과 정비가 필요하다. 과거처럼 단순한 지원금을 지원하고 집행하기보다 철저한 질적 성과 기준에 따라 지원해야 한다. 지원금에 따라 철새 기관이 등장해 정부 지원금 약발이 떨어지면 이탈해 버리는 무책임한 기관들은 재정비를 통해 없애야 한다. 셋째, 천문학적인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이 필요하다. 물론 생계형 일자리를 없애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일자리 예산의 효율성을 한 번쯤은 점검해야 한다. 이미 진입한 인구 절벽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고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산업 사회에 숙련 노동의 공급이 줄어드는 위험에 대비해 노동의 형태 변화에 따라 높은 수준의 일자리 준비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미래 사회 고용 경제에 대한 효율성이 없다면 지금이나 미래나 우리의 현실은 똑같을 것이다. 데이터 경제 산업 사회에서 고용 경제를 위한 지혜와 노력이 없다면 우리의 청년들은 더욱더 암울한 미래를 맞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 · 전 한국취업진로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