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 경영자 단체인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실현을 2023년도의 사업 방침으로 채택했다.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도 양극화 문제를 개선하고 중산층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과거 30년 정도 부진했던 일본의 임금을 인상하면서 인재 투자에도 주력해 성장의 과실을 적절하게 분배함으로써 내수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고도 성장기 이후 1980년대 정도까지 일본에서는 전 국민의 중산층 의식이 강했고 이것이 견실한 소비 확대를 통해 일본 경제의 내수 주도 성장을 뒷받침했다. 이러한 중산층 주도 사회를 회복하기 위해 경제계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것은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기시다 내각의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을 통해 기업 수익이나 조세 수입이 확대됨으로써 분배가 가능하게 되고 또한 이러한 분배를 통해 소비·투자 등의 수요가 증가하는 동시에 성장력이 강화돼 성장세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의 지향점이다.

과거 아베노믹스가 감세나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의 수익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투자가 확대되고 고용과 소비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낙수 효과를 기대했지만 성과는 미진했다. 이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분배 정책과 투자 활성화 정책을 통해 경제를 부양하겠다는 것이 기시다 내각의 새로운 자본주의의 정책 방향이고 경제계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완 화나 거시 경제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보조금을 통해 일본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도 유치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고 일본 기업도 이에 호응하면서 관련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적인 지원이나 임금 인상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국산 첨단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도 경쟁력을 갖고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한 임금 인상에 상응하는 생산성이 향상돼야 기업도 수익을 확보하면서 지속적으로 임금을 인상하고 투자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강조하기 시작한 일본 경제계도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이노베이션에 주력하고 기업과 정부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사실 일본 게이단렌은 그동안 디지털 혁명과 함께 그린 혁명을 통해 일본 산업을 혁신하겠다는 방침인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을 향해’라는 탈탄소화 선언을 작년에 공표하기도 했다. 이는 재생에너지·원자력을 기초로 한 그린 에너지로의 전환과 함께 일본의 강점인 각 제조업이 새로운 그린 기술로 혁신해 이노베이션 효과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게이단렌은 2050년까지 일본 전체적으로 500조 엔이 필요하고 정부가 매년 2조 엔을 부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2024년도 예산 초안에서 GX 관련 분야에 2조 엔을 책정했고 수소를 제조하는 수전해 장치, 배터리, 차세대 태양 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 해양 풍력 발전, 파워 반도체, 차세대 원자로 분야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노베이션을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에 뒷받침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고 일본 경제계도 생산성 향상에 필요한 성장 산업 분야로의 원활한 노동 이동을 실현하는 고용의 매칭 기능 강화, 노동 이동 촉진형 고용 안전망으로의 이행, 부업·겸업이 용이한 노동 시간 법 체제의 실현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 안정을 고려한 노동의 유연성 제고와 노동자의 평생 스킬 제고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생산성 제고와 함께 중산층의 기반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고민은 탈탄소 시대에 맞게 제조업의 이노베이션과 중산층 기반 확충을 통해 경제 성장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경제계와 노동계가 공동으로 고민하면서 산업 정책, 노동 정책, 재정 정책의 연계적인 효과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일본 경제계,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동참 [이지평의 경제 돋보기]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