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한의 포스코아메리카 법인장

[왜 워싱턴인가 : K스트리트 달려가는 기업들]
②도한의 포스코아메리카 법인장 "미국의 사소한 법안 한 줄이 기업 통째로 흔들 수 있어"
도한의 포스코아메리카 법인장. 사진=포스코그룹 제공
도한의 포스코아메리카 법인장. 사진=포스코그룹 제공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의 대응이 분주하다. 2차전지 소재 사업을 미래 동력으로 삼은 포스코그룹도 그중 하나다.

포스코그룹의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미주 법인 포스코아메리카의 컨트롤타워를 애틀랜타에서 워싱턴D.C.로 이전했다. 기존에 있던 워싱턴D.C. 사무소의 역할을 강화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달라진 북미 사업 성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한다.

IRA의 세부 가이드라인이 포스코그룹의의 주력 사업인 2차전지 소재 사업 등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미국 의회·정부와의 대관과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도한의 포스코아메리카 법인장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법안·정책, 무역 규제는 포스코와 같은 해외 수출 기업 사업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이를 사업 기회로 활용하려면 워싱턴에서 선제적으로 정보를 파악하고 대응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도 법인장과의 일문일답.

-컨트롤타워를 워싱턴D.C.로 이전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2022년 미 의회에서 IRA, 반도체법(CHIPS Act), 인프라법(Infrastructure bill)이 통과됐습니다. 특히 IRA나 인프라법은 철강뿐만 아니라 포스코가 주력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와 친환경 소재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의 산업과 통상 정책은 미국 내 사업뿐만 아니라 포스코의 전 세계 공급망에도 영향을 주죠. 일례로 IRA의 전기차 배터리 부품에 대한 보조금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가공한 부분에 한해 보조금 지급 기준이 되는 부가 가치를 정합니다.

또 신장위구르 강제 노동 금지법이나 미국이 유럽연합(EU)의 철강·알루미늄 과잉 공급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는 철강협정(GSSA),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의 3개국으로 구성된 자유무역협정(USMCA),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추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FE) 등 미국은 국제 무역 관련 협상에서 강화된 노동·환경 기준을 제시하며 무역 규제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아메리카가 워싱턴D.C.로 헤드쿼터를 이전하고 전반적인 조직을 강화하게 된 배경은 이처럼 미 정부의 산업·통상 정책이 포스코아메리카 글로벌 사업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고 친환경 미래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포스코그룹의 성장에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워싱턴D.C.’의 중요성이나 지정학적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도 있었습니까.

“워싱턴은 미 정부와 의회 및 협회·단체 외에도 다양한 국제기구, 주요국 정부 기관 및 대사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요 이해관계인들과 네트워킹·관계 구축의 이점이 있어요.

2022년 미 연방 로비 관련 정치 자금 조사 단체인 오픈 시크릿(Open Secrets)의 분석에 따르면 총 로비 금액은 41억 달러(약 5조4477억원)로 전년 대비 8.4%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법안·정책 시행과 관세·보조금 정책뿐만 아니라 노동·환경·원산지 정책 등을 포함한 무역 규제는 포스코와 같은 해외 수출 기업 사업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죠.

최대한 타격을 덜 받고 오히려 사업 기회로 활용하려면 워싱턴에서 선제적으로 정보를 파악하고 대응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진 것으로 판단됩니다.”

-워싱턴D.C.에서 포스코아메리카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트럼프 행정부 체제에서는 특히 철강에 대한 미국의 보호주의가 매우 거셌습니다. 포스코도 예외 없이 거의 모든 종류의 철강 제품에 고율의 반덤핑·상계관세가 부과됐고 2018년에는 미국의 무역 확장법에 근거한 232조 철강 수입 규제까지 받았죠. 이는 포스코가 2018년 워싱턴에 통상 사무소를 설치한 이유였습니다.

현재 포스코아메리카의 역할은 철강 제품에 대한 통상 대응 활동뿐만 아니라 친환경·신사업 등 그룹사 전반의 사업에 대해 미국의 산업·통상 정책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미국 정부·의회 등 워싱턴 내 주요 이해관계인들과 소통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통상 대응 역할을 보다 강화해 전 그룹사 제품을 담당하고 지역 또한 미국에서 북미 전체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한 북미 철강 또는 친환경·신사업 투자 검토 시 시장 정보 수집과 함께 미국의 정책과 법제가 미치는 다양한 영향을 분석하고 임직원 대상의 설명회도 강화할 예정입니다.”

-IRA 이외에 대응해야 하는 법안 등은 무엇인가요.

“대응이 필요한 법안이나 미 산업·통상 정책은 너무 많아 하나하나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인프라법이나 중국 규제 관련 법안 이외에도 무역 확장법에 근거한 232조 관련 미 정부의 방침, IPEF 협정, 미국·멕시코 USMCA, 미국·EU 간 GSSA 협정, 공정거래법 2.0(Leveling the Playing Field Act 2.0), 노동·환경·원산지 규정 등이 포스코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에서 대관 업무를 하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짧은 시간 내 복잡한 이슈를 최대한 간결하게 전달하는 언어의 ‘마술’이 필요하고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미국 측 고위급 인사와의 면담 시간은 길어야 30분인데 그 시간 내에 아이스 브레이킹부터 이슈 설명, 협조 요청까지 최대한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사전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준비해야 해요. 실제 상황이 각본대로만 움직이지 않으므로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굉장히 당혹스러울 수 있어요. 우리 정부도 아니고 미 정부, 의회에 회사 전체를 대표해 이야기해야 하는 만큼 정말 준비를 철저히 하고 발언에 항상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협상할 때 가장 중요한 전략은 무엇입니까.

“상대방 시각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 정부나 의회에서 외국 회사의 요청을 쉽게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미국 수요 산업에 기여하고 공급망 구축에 도움이 되는지 분석해 미국 정책 입안자의 시각에서 관심을 갖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 IRA 법안 시행 후 포스코 현황은 어떻습니까.

“IRA에 따라 앞으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대미 시장 진출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포스코의 대미 수출 또한 증가했는데 우리 회사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북미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다면 글로벌 소재 기업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포스코그룹은 현재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으로 캐나다 퀘백 주에서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이고 다른 미국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국내외 배터리 업체들의 사업 협력 요청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포스코아메리카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원료·가공·조립·완제품에 이르는 전 공급망을 커버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포스코는 올해 상반기 작년에 비해 미국 로비 금액이 소폭 줄었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대관 업무 시 또는 로빙 펌이나 로빙 기능을 가진 로펌을 활용해 대정부·의회 아웃리치 활동을 할 때 미 의회 사무국에 신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로비 금액은 이렇게 신고된 금액을 기반으로 산정되는데 포스코는 아직 미국 내 투자가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금액에 큰 변화는 없습니다.”

앞으로는 변화가 있습니까.

“미국의 정책 변화가 미국 등 국내외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황에서 미 의회·정부와의 협조와 소통은 필수라고 판단됩니다.”

☞도한의 포스코아메리카 법인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일리노이대어바나-샴페인, UC 버클리대, 1991년 포스코 입사. 2002년 포스코 아메리카. 2016년 무역통상그룹장. 2021년 포스코아메리카 법인장(현).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