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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세계 경제의 4가지 엇박자[머니인사이트]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지도 어느덧 4년이 다 되어 간다. 판데믹의 충격과, 그 충격에서 조속히 벗어나고자 선택된 재정과 통화정책은 결국 과잉대응으로 판명되면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그리고 40년 만에 가장 높아진 인플레이션율을 꺼뜨리기 위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과감한 긴축을 단행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정책금리를 525bp나 인상했다. 이는 1980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의 긴축이다. 이쯤 되면 물가가 이미 안정되어 있거나 경기가 후퇴했어야 정상이겠지만, 2023년 미국 경제의 성장세는 2022년에 비해 더욱 강해져 있다. 사실은 재정 자극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 재정적자 확대의 이면에는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 증가와 반도체·2차전지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미국 리쇼어링 가속화와 제조업 투자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2023년에 보여준 엇박자투자자들이 기다리는 것은 금리의 추세적 하향 안정화이다. 이것이 현실화되려면 앞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면서, 적어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추가적인 통화긴축이 없어야 한다. 금리를 올려서 물가를 잡는다는 것은 수요 측 인플레이션, 다시 말해 식료품과 에너지 등 공급 요인을 제외한 핵심 물가의 안정화를 도모함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노동시장의 타이트함이, 유럽연합(EU)의 경우 초기 충격의 전이가 각 지역 핵심물가 상승의 주된 요인들로 지목되고 있다. EU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한 농산물과 에너지(가스) 가격이 핵심물가로 전이된 부분이 크다. 다시 말해 추가적인 비용 상승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은 통화긴축의 효과를 반영하면서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물가안정 및 금리의 하향 안정화를 위해서는 재정 자극의 약화가 필수적이라는 논의로 압축된다. 2023년의 재정적자 확대가 이례적이고 2024~2025년에 걸쳐 재정 자극이 약화된다는 예상이 맞다면, 내년 이후의 시계에서 인플레이션율과 시중금리가 동반 하락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경제전망을 하면서, 언뜻 말이 안 돼 보이는 장면들이 내년이라고 관찰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고, 실제 여러 가지의 엇박자가 내년 중 출현할 가능성에 방점을 두게 되었다. 이 경우, 2024년에 볼 수 있는 세계경제의 4가지 엇박자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세계 경기둔화와 한국 경기회복, 둘째, 미국 소비모멘텀 둔화와 투자 약진, 셋째, 중국 부동산 하방 위험과 제조업 지지, 마지막은 한국 수출주도 경기회복과 한국은행 금리인하의 양립이다.
먼저 글로벌 경기둔화에도 한국 성장률이 반등하는 이유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2023년 3.1%에서 2024년 2.9%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 중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영향이 크다. 양국은 성장세 둔화라는 공통분모를 지니지만 사정은 각기 다르다. 미국은 GDP의 20% 내외에 해당하는 민간 투자 사이클이 회복하는 반면, 통화정책 시차가 비로소 GDP의 70%를 설명하는 소비에 영향을 앞으로 미치기 시작하면서 경기둔화가 가시화될 것이라 예상한다. 중국은 부동산 하방 위험이 상당하지만, 이러한 위험을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 선회로 완충하는 그림이다.

반면, 수출 기반 경제인 유럽(특히 독일)과 한국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반적으로 금리에 민감한 주택시장과 제조업은 금리인상 초기부터 하강 사이클을 경험하며, 금리인상이 마무리되고 시중금리가 하락할 때부터 반등하는 특징을 지닌다. 이에 더해 이번 사이클에서는 각국 투자 수요도 존재한다. 미국은 리쇼어링 투자 수요가 있으며, 중국도 부동산 문제를 타개하는 가운데에서도 제조업을 생산성 제고 차원에서 계속 육성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시설투자 확대에 뒤이어 자동화 장비를 위시한 일반기계 및 전기장비 회복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제조업이 부진했던 올해 유로존(독일)과 한국의 성장률이 특히 낮았던 것과 다르게 내년에는 회복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실제 미국의 제조업 사이클이 바닥을 통과했는지 확인할 차례다. 2022년 4분기를 기점으로 미국의 비주거용 시설투자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비주거용 시설투자란 비주거용 건물의 건설을 의미하며, 대개 미국에서는 상업용 부동산(오피스 등)이 시설투자의 상당 부분을 담당해 왔다. 그런데 오피스 시장의 하강이 이어지면서 지난 2년간 상업·보건에 해당되는 건물 건설 규모는 축소되었다. 반면 제조업 시설투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와 2차전지를 포괄하는 ‘컴퓨터, 전자, 전기’ 업종이 제조업 시설투자 증분의 대부분을 설명하며, 이는 Chips Act, IRA 등 미국 내 전략산업 유치를 위한 각종 법안의 입법화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 기업뿐 아니라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도 제조업 공장 건설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는 제조업 공장 건설이 미국 투자 개선의 주된 동력이지만, 한국 관점에서는 다음 수순을 생각해야 한다. 공장이 완공된 이후 실제 생산을 위해 설비를 투입할 시점에 한국의 수혜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과거 흐름을 보면 제조업 시설투자가 급증했던 1960년대 후반, 1980년대 초반, 1990년대 중후반과 2010년대 중반에 시차를 두고 산업기계 설비투자 사이클이 수반된 경험이 있었다. 이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다만 금리 등 비용부담을 이유로 설비투자 집행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렇게 제조업 업황이 다시 회복될 때 설비투자 사이클이 가시화될 것이라 예상한다. 미국 ISM제조업 지수와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실질 핵심 자본재 주문(IT, 기계류 등)이 지난 20년간 동행해 왔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중기적인 시계에서 한국 수출에는 우호적인 환경으로 사료된다. 수출 주도의 회복…GDP 2.3% 성장 전망미국의 투자 사이클과 제조업 환경이 회복하는 것은 한국 수출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우리 수출이 B2B 중심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미국 ISM제조업 지수에 오랜 기간 연동된 흐름이 이번에도 재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복의 중심에는 반도체 등 범IT, 기계류, 중전기기(발전기, 변압기)가 자리할 것으로 본다.

수출은 우리나라에서 파급효과가 큰 영역이다. 국내 설비투자 사이클을 견인하고, 수출기업 이익 증가를 통해 주식시장 환경이 좋아지면 소비심리 개선으로도 연결된다. 내년 한국 GDP 성장률이 2%를 상회한다는 것은 수출과 그 파급효과의 영향 때문이다.

국내 경제가 수출 주도로 회복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내년 하반기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결정을 할 때 인플레이션 못지않게 성장률 변수를 중요하게 보아 왔던 것을 감안한다면 다소 이례적인 행보라 해석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경기회복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와 양립이 가능한 것은 한국은행도 미 연준과 마찬가지로 2022년 3월부터는 물가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가파른 금리인상을 결정했다는 점이고, 한국 경제가 수출 주도로 순환적 회복을 한다 하더라도 잠재 GDP와 실제 GDP의 차이를 나타내는 산출갭(output gap)은 내년에도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PF 구조조정 과정에서 연착륙을 도모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그 폭은 내년 말까지 75bp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기준금리가 3.50%이니 2.75%까지 낮춘다는 전망이며, 우리가 추정하는 우리나라 중립금리 2.3%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지금보다는 덜 제약적인(less restrictive)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며, 통화정책 ‘기조’의 관점에서 본다면 제약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