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핵심기술 지정시 중국 등 해외 M&A 제동 가능
MBK 해외 재매각 원천 차단

최내현 켐코 대표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2022년 6월 22일 리사이클-전구체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LG화학
최내현 켐코 대표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2022년 6월 22일 리사이클-전구체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LG화학
고려아연이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PEF) MBK파트너스의 자사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 정부에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전격적으로 신청했다.

25일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자사가 보유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2차전지 소재 전구체 관련 기술로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기술'을 국가핵심기술 지정 신청을 했다"며 "해당 기술은 자회사인 켐코와 고려아연이 공동으로 가지고 있는 기술로 고려아연이 대표로 신청했다"고 했다.

고려아연 자회사 켐코는 2022년 6월 LG화학과 함께 배터리 소재 공급망 강화를 위해 전구체 합작법인 '한국전구체주식회사'를 설립했다. 한국전구체주식회사는 켐코 51%, LG화학 49% 지분으로 설립됐다.

켐코는 연간 8만톤 규모의 황산니켈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모회사인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바탕으로 니켈과 코발트, 망간 등 배터리 핵심 원재료를 추출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합작법인은 울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인근에 LG화학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용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전구체 전용 라인을 구축했다. 연간 2만톤 이상의 전구체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LG화학 합작사 '한국전구체'서도 활용…분쟁 판도 바뀌나


이번 고려아연 측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신청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문위원회 개최를 비롯해 표준절차를 진행하는 등 내부 검토를 완료한 뒤 최종 판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신청으로 고려아연이 보유한 전구체 관련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정부가 외국 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을 승인할 권한을 갖게 돼 분쟁 구도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에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해외 자본에 재매각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핵심 기술 유출로 국가기간산업과 2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며 공개매수에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

고려아연 보유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될 때 해외 투자자 자금이 포함된 사모펀드 MBK와 영풍의 고려아연 인수에 곧바로 영향을 줄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다만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 향후 국내가 아니라 중국 등 해외로 재매각을 해 이익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24개 국가핵심기술 표. 자료=산업통상자원부
24개 국가핵심기술 표. 자료=산업통상자원부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인수한다면 중국 매각 계획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리면 중국에는 매각하지 않는다. 고려아연은 국내 대기업들이 가져가지 않을까 희망하고 있다. 글로벌 넘버원 산업을 가져볼 수 있는 기회가 한국 기업에 얼마나 자주 있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고려아연이 시가총액이 14조5000억원 규모에 달할 정도로 덩치가 큰 만큼 국내에서는 고려아연 인수 자금을 감당할 기업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이번 공개매수에 성공해 고려아연 지분 47.74%(자사주 및 국민연금 지분 제외시 52.2%)를 확보할 경우 통상 20% 수준인 경영권 프리미엄만 적용하고 지분을 공개매수가인 66만원에 판다는 보수적 가정을 하더라도 매각가는 7조8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해외 분할 매각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고려아연의 이번 국가핵심기술 지정 신청은 중국 등 외국에 자사가 매각되기 어렵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재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사업 구상에 타격을 가하고,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 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국가기간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의 행보로 해석된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