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 AI 서비스 전력 소비량 감축하는 핵심기술에 성과 보여
우리도 광전융합기술 협력체계 구축할 필요 있어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
일본 유수의 통신사인 NTT를 비롯한 기업이 일본 정부와 함께 차세대 통신, 반도체, 데이터센터 및 인공지능(AI)을 뒷받침하는 광전(光電) 융합 기술의 단계적인 실용화에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AI 등 디지털 기술이 각 산업, 각 분야로 확대 적용되면서 전력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로서 광전 융합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광전 융합 기술은 통신 분야의 광회로와 반도체 등 각종 기기의 전자회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기술을 말한다. 광회로는 전자회로에 비해 전력 소모량이 적다는 특징이 있으며, 기존의 전자기기에 이를 활용하면 절전 성능을 높일 수 있다.

특히 광통신과 컴퓨터가 연계된 데이터센터에서는 전력 소모량이 급증하고 있어 지구온난화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에 전력 소모가 적은 광회로를 활용하는 비율을 높이면서 절전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려는 시도들이 확대돼 일본의 광전 융합 기술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NTT는 2019년 광전 융합 기술로서 IWON(Innovative Optical and Wireless Network)을 발표하고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기업과 협업을 맺었다. 이에 따라 동사는 이미 광전 융합 디바이스 개발과 실용화에 일정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 성과로 NTT 연합은 2024년 9월 400Gbps의 데이터센터 간 접속을 저비용·저소비전력으로 구축할 수 있는 IOWN 네트워크 솔루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는 전력 소비량을 40% 감축하고 데이터센터 간 접속 구축 및 운영 비용을 50% 감축할 수 있다. 이같이 데이터센터 간의 광전 융합에 성공한 NTT는 2028년 각종 반도체 칩 간의 전자신호를 광신호로 대체하고 2032년에는 칩 내부의 전자신호를 광신호로 바꾸어 광반도체 기술을 실현할 방침으로 있다.

일본 기업뿐 아니라 NTT연합에 참여한 미국의 브로드컴은 데이터센터용 광전 융합 제품을 복수의 데이터센터 고객에게 납품하고 있다. 대만 반도체의 TSMC도 2024년 9월 광전 융합 연합 구성을 제창했는데, 이미 대만 기업 30개 이상이 여기에 참여하기로 했다. 선행적으로 광전 융합 기술을 개발해 왔던 일본으로서는 미국, 대만의 빠른 추격 움직임도 고려해서 연구개발의 강화와 함께 각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응용에 나서면서 각종 소재, 부품, 장비 공급망의 조기 구축에 주력하고 광전 융합 기술 대응 제품을 뒷받침하는 수요 창출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정부는 광전 융합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반도체의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제산업성 산하의 신에너지·산업기술총합개발기구(NEDO)가 공모한 ‘포스트 5G 정보통신 시스템 기반 강화 연구개발 사업’에서는 광전 융합 반도체 관련 연구 주제로서 크게 3가지가 채택되었다. 첫째, 광 칩렛(Chiplet: 다른 기능을 가진 소형 반도체 칩을 블록처럼 조합해 하나의 칩으로 만드는 기술) 실행 기술이다. 복수의 로직 반도체, 메모리를 광신호로 연결해 컴퓨팅 시스템의 효율성, 절전 성능을 제고한다. 둘째, 광전 융합 인터페이스 메모리 모듈 기술이다. 광대역화 대응 메모리 서빙 유닛과 광대역 버퍼 메모리를 개발한다. 셋째, 고속 및 저(低)지연성 기술과 함께 지연성을 관리하고(확정 지연 기술) 동영상을 포함한 정보 전달의 신속성 및 정확성을 제고한다.

일본 및 각국의 동향으로 볼 때 광전 융합 기술이 반도체와 함께 통신 및 전자산업 전반의 기초를 혁신해 나갈 수도 있는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광전 융합 기술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일본 기업 등과의 협업도 확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광전 융합 기술의 가능성을 고려해서 통신, 반도체, 전자기기, 소부장, AI 등의 관련 기업 간 협력체제를 구축 및 강화하면서 대응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