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빨간 불, 재정 슬림화 어려워져
재정 준칙 포기 말고 산업구조 개편해야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11월 29일 코스피지수가 2500선 아래로 떨어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지수가 두 달 연속 0.3% 하락했다. 소비 판매도 전달에 이어 두 달째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전달에 비해 5.8%나 감소했다. 생산, 소비, 투자가 일제히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감소는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다.

산업활동 지표 외에 상대적으로 양호하던 고용 지표도 안 좋아지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취업자 증가폭이 8만3000명에 그쳐 4개월 만에 10만 명 아래로 내려갔다. 도소매업과 건설업에서 고용 감소가 주원인이라 할 수 있다. 내수 부진의 여파가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행종합지수와 동행종합지수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면서 경기둔화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수정했다. 글로벌 투자기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내년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8%와 1.7%로 발표했다. 잠재성장률 2%를 밑도는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2025년 거시경제는 달러 강세와 관세의 불확실성으로 더욱 어려워지고 수출과 산업 생산의 증가 속도가 줄어들면서 경제성장률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수정 전망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4분기에 0.5% 성장을 해야 하는데 감소한 산업활동 지표와 수출증가세가 반등을 해줄지 불확실한 가운데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례적으로 두 달 연속 0.25%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10월까지만 해도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이슈로 금리인하에 소극적이었던 한국은행이 3.0%까지 금리인하에 속도를 내게 된 배경에는 예측보다 심각한 경기 하방 압력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시장에 시그널을 주어 경기 부양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의 시차를 고려한 선제 대응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점에서 금리 실기론의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국 내의 분위기가 트럼프로 기울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편향적인 언론사들의 예측만을 참고하고 균형적인 시각을 유지하지 못한 결과 한국의 예측과 바람은 빗나갔다. 현시점에서 경제전망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트럼프 2기의 통상정책이 어떤 방향과 강도로 진행될지가 관건이다. 수출과 직결되는 관세정책이 어느 정도 강하게 실행되느냐에 따라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6%포인트에서 가장 강력한 버전일 경우 1.1%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정정책 기조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방만해진 재정의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부채비율을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긴축을 통한 지출 슬림화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현금을 살포하고 싶어 하는 거대 야당의 압력과 완연한 경기둔화를 헤쳐나가야 할 대책이 필요해 정부는 내년 추경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선까지 후퇴했다.

GDP 대비 관리재정 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유지하는 재정 준칙을 쉽게 포기하기보다는 지출 내역의 재조정을 통해 보다 필요한 곳으로 재정이 우선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경기침체의 파고를 잘 넘어야 하지만 동시에 현재의 산업구조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산업구조의 재편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