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 미국 시장에 진출한 K뷰티 브랜드 가운데
단기간 급성장 이룬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

풀리 제품. (사진=어댑트)
풀리 제품. (사진=어댑트)
10년 전 ‘K뷰티의 미래’로 불린 로드숍이 자취를 감추자 화장품 산업 전체가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의견이 나왔다. 명동 상권의 큰손으로 꼽힌 중국인 관광객은 사라졌고 MZ세대가 H&B(헬스앤뷰티) 스토어, 온라인 등으로 구매처를 넓히면서 소모적 경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2024년 상황은 달라졌다.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이 앞다투어 투자하고 있으며 한국 사람도 모르는 한국 화장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기도 한다. 글로벌 뷰티 시장 매출 상위권에는 다양한 한국 제품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최근 상승세가 가파른 인디 브랜드 중 하나는 풀리(FULLY)다.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젠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의 관심을 끌며 프리미엄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美 국민 클렌저’가 K뷰티?풀리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수많은 K뷰티 브랜드 중에서도 단기간에 급성장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 틱톡에 ‘Fully green tomato clay mask(그린 토마토 팩 클렌저)’를 검색하면 수많은 영상이 쏟아진다. 10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은 콘텐츠도 많다. 미국의 뷰티 인플루언서 ‘애드워드조’의 후기 영상은 약 800만 뷰를 넘기며 화제를 모았다.

올해 7월 엄정화가 유튜브 채널에서 ‘여행 필수템’으로 이 제품을 선보이면서 입소문을 탔다. 당시 엄정화는 “촉촉하고 팩도 되는데 클렌징도 가능하다”며 “샤워할 때 씻어내면 정말 깔끔하고 개운하다. 요즘 내가 제일 많이 쓴다. (출국할 때) 꼭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직접 제품을 경험하고 성분과 효능을 신뢰하는 특성이 있다. 풀리는 클렌징과 팩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등의 특징을 앞세워 미국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후기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풀리가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비건 제품이라는 점과 모공을 눈에 띄게 개선해 주는 클렌징 제품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실제 풀리 ‘그린 토마토 팩 클렌저’는 미국 아마존에 입점한 지 6개월 만에 마스크팩(Facial Mask) 카테고리 최고 판매량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 7월 진행된 아마존 프라임데이 행사 이틀 동안 평균 일매출 대비 36배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풀리는 그린 토마토 팩 클렌저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쌀겨수를 주원료로 피부 속 보습과 진정관리를 돕는 ‘쌀 반죽 모델링 마크스’를 선보였다. 쌀을 활용한 제품이 최근 미국에서 인기를 얻자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미국에서는 한국인의 동안 비결로 쌀을 사용해 팩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틱톡에는 쌀을 이용한 셀프 스킨케어 루틴 관련 콘텐츠가 나오고 있다.

풀리 제품이 인기를 얻은 것은 인공 향료를 첨가하지 않고 도구 없이도 간편하게 K-라이스 스킨케어 루틴을 따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모델링 팩처럼 물 계량이나 소도구가 필요하지 않은 간편함으로 차별화했으며 석고가루 베이스에 알긴산을 더해 풍부한 수분감을 제공하는 동시에 잔여감이 없어 깔끔한 마무리가 가능하다. SNS에서는 “피부에 올리면 진짜 쌀 반죽 느낌이다”, “라이스 도우 셀프 케어 루틴이 만족스럽다” 등의 사용 후기가 나왔다.

수치도 긍정적이다. 출시 1개월 만에 누적 판매랑 2만5000개를 기록했고 발주량은 23만 개를 돌파했다.

미국 내 K뷰티 열풍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4년도 4분기 중소기업 수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은 2010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분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북미 지역의 가파른 성장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업계는 올해 연간 수출액이 10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흐름 속 풀리를 전개하고 있는 어댑트는 지난 5월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뷰티 시장 선점에 발 빠르게 나섰다. 이어 유럽과 남미, 동남아를 비롯해 새로운 국가로 시장을 확장하여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박정하 어댑트 대표. (사진=어댑트)
박정하 어댑트 대표. (사진=어댑트)
박정하 어댑트 대표 “외국인 피부 고민 면밀히 조사한 결과”브랜드 풀리를 운영하는 박정하 어댑트 대표는 미국에서 단기간 성장을 이뤄낸 비결로 ‘철저한 소비자 조사’와 ‘빠른 피드백’을 꼽았다. 현지 시장에 대한 분석과 소비자 선호도를 면밀히 파악해 제품을 현지화하는데 주력했다. 박정하 대표는 “해외 고객들의 피부 고민을 해결한 방법과 선호하는 제품 유형을 면밀히 조사했다”며 “효능 및 효과에 만족감을 줄 수 있도록 고객들의 후기와 의견을 실시간으로 검토해 제품에 반영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풀리 성공에는 마케팅 전략도 주효했다. 박 대표는 틱톡, 유튜브를 주요 마케팅 채널 창구로 활용했다. 다른 SNS 플랫폼의 경우 팔로워 중심으로 콘텐츠가 노출지만 틱톡과 유튜브 쇼츠는 콘텐츠 자체 메시지와 유저 반응에 따라 노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 효과적인 매체라고 판단했다. 박 대표는 “풀리를 사용해 본 고객들을 중심으로 성분과 효능을 다룬 틱톡 후기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되며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 상위권에 랭크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올해 아마존에서 좋은 성과를 낸 어댑트는 해외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5월 미국 법인 설립을 마쳤다. 향후 유럽과 남미, 동남아를 비롯해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 범위를 확대하며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내년에는 해외 매출 비중을 전체 매출의 50% 이상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며 “오프라인 매장 확대, 국가별 시장 마케팅을 적극 추진해 현지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댑트는 풀리 성공을 시작으로 다른 브랜드도 적극적으로 해외에 선보이려고 한다. 어댑트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푸드올로지는 현재 일본에서 K-이너뷰티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일본 진출 이후 글로벌 뷰티 플랫폼 큐텐재팬(Qoo10 Japan)의 2024년 2분기 메가와리에서 푸드 카테고리 내 1위를 차지했고 닛케이 트렌디 랭킹에 이너뷰티 제품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버라이어티 채널인 로프트에 입점, 오프라인으로도 확장해 현재 일본 전역 2000여 개의 드러그스토어에 푸드올로지 제품이 들어갔다.

박 대표는 “남자 화장품 브랜드 오브제 또한 일본과 홍콩 등 해외 오프라인까지 확장해서 진출하고 있다”며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우리 매출로도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