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여파에 탄핵정국까지 더해지는 등 정국 혼란이 지속되면서 금융권의 비상경영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유동성과 자본 비율 관리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들은 금융당국의 요청에 따라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금융상황 점검회의’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비상대응 체제가 계속될 것”이라며 “회의 내용들을 고려해 대응방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5대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은 계엄 사태 이후 내부 위기대응매뉴얼에 따라 위기대응회의 등을 상시 가동해 금융시장 변동성 전반에 대한 영향을 매일 점검하고, 유동성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탄핵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를 경우 기업들이 외화예금을 인출하면서 은행의 외화유동성이 부족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환율이 높아질 때마다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 금융그룹 전체의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계열사들의 유동성 체력엔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금융자회사들에 문제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고,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계열사 등의 유동성 문제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또한 “금융시장은 매일매일 주시해야 한다”면서 “현재로서는 은행 자회사 리스크는 없다”고 전했다.

일부 금융지주 회장들은 외국인 투자자 이탈 가속화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가는 게 제일 걱정”이라고 우려했고 임 회장도 “외국인 투자자본과 환율 등에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금융주를 대규모로 팔아치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1조원을 팔아 치웠는데 이중 금융주만 7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다만 금융지주 회장들은 금융시장과 외환리스크 점검에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현재로서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진 것과 관련해 함영주 회장은 “환 리스크 등 더 걱정되는 부분이 없나 논의해보겠다”면서 “오늘 회의에 참여해 필요한 부분을 듣고 필요한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무산 이후 첫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금융지주는 대외신인도 측면에서도 최전방에 있다”며 “외국계 금융사·투자자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 지주사의 안정성과 우리 금융 시스템의 회복력도 적극적으로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금융권에 자회사 유동성과 건전성을 다시 한 번 면밀히 점검하고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경제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자금운용에 만전을 기할 것을 요청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