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7.58포인트(2.78%) 하락한 2,360.58로 마감하며 연저점을 기록했다. 이날 지수는 장 초반 2,392.37에서 시작했으나, 투자 심리 악화로 하락 폭을 키우며 저가 2,360.18까지 떨어졌다.
투자자별 동향을 보면, 외국인은 1028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반등을 모색했으나, 개인은 8891억원 순매도하며 매도세를 주도했다. 기관은 6919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시장의 하락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피 등록 종목 중 60개가 상승한 반면, 하락 종목은 무려 870개에 달하며 투자 심리 위축을 그대로 보여줬다. 코스닥, 5%대 급락… 연저점 경신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의 위기는 더 컸다. 이날 코스닥은 전일 대비 34.32포인트(5.19%) 하락한 627.01로 마감하며 코스피보다 더 큰 하락 폭을 보였다. 장 초반 649.35에서 출발했으나, 종가 기준 627.01로 마무리되며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코로나19 당시 2020년 4월 이후 최저치다.
투자자별로는 외국인이 2053억원을 순매수하며 비교적 매수세를 보였지만, 개인이 3016억원을 순매도하며 급락을 이끌었다. 기관도 1002억원 순매수로 대응했지만,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지 못했다.
종목별로는 상승 종목 117개에 그친 반면, 하락 종목은 1552개에 달해 코스닥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했다.
이번 급락은 비상계엄 탄핵소추안이 무산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투매 양상이 뚜렷했으며, 외국인의 매수세도 제한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리스크가 단기적으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정국 불안이 해소되면 증시 반등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어 투자자들은 향후 시장 안정화 조치 및 정치적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KB증권의 김지원·임정은 애널리스트는 “탄핵소추안 표결 불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연장되며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증시 친화적인 흐름이 예상되지만, 여야 대치가 장기화되면 하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코스피 전망치를 2,300~2,600으로 제시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2차 비상계엄이 발령될 경우 코스피는 2,200~2,400까지 밀려날 가능성도 언급됐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과거의 정치적 혼란은 성장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앞선 두 사례에서 한국 경제는 2004년 중국 경기 호황과 2016년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에 따른 외부 순풍에 힘입어 성장했다"며 "반대로 2025년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닌 국가들과 함께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부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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