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즈의 마법사> 화면 갈무리
영화 <오즈의 마법사> 화면 갈무리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한 빨간 루비 구두 한 켤레가 2,800만 달러(약 400억 원)에 팔렸다. 이는 영화 소품으로는 역대 최고가다.

9일(현지 시각) AP통신은 루비 구두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헤리티지 옥션 경매에서 2,800만 달러에 낙찰됐다고 보도했다. 이 구두는 주인공 도로시를 연기한 배우 주디 갈랜드가 영화 속에서 실제로 착용했던 소품이다.

경매사 측은 낙찰가를 약 300만 달러(약 42억 원)로 예상했으나, 경매 시작 몇 초 만에 그 금액을 뛰어넘었다. 최종 낙찰가는 수수료를 포함해 3,250만 달러(약 464억 원)에 달했다. 이는 예상가의 약 11배에 이른다.

빨간 루비 구두는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소품 중 하나로 꼽힌다. 1939년 개봉한 ‘오즈의 마법사’는 L. 프랭크 바움의 소설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를 원작으로 제작됐다. 영화 속에서 도로시가 착용한 이 구두는 뒷굽을 세 번 부딪히며 어디든 가고 싶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이다. 도로시가 오즈의 땅으로 내려올 때 화면에 노출되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 구두는 한때 갈랜드의 고향인 미네소타주 그랜드래피즈의 주디 갈랜드 박물관에 전시돼 있었다. 소품 수집가 마이클 쇼(87세)가 1970년대에 구입한 뒤 박물관에 빌려준 것이었다.

하지만 2005년 박물관이 도난을 당하며 구두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도둑은 망치로 문과 진열장을 부수고 구두를 훔쳐 가 오랜 기간 잡히지 않았다. 구두는 도난 13년 만인 2018년에서야 미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회수됐다. 그랜드 래피즈 인근 주민 테리 존 마틴(77세)이 범인으로, 2023년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구두는 주인인 마이클 쇼에게 반환됐고, 이번 경매에 나오게 됐다.

갈랜드가 도로시 역을 연기하며 신었던 루비 구두는 현재 총 네 켤레만 남아있다. 이번 경매에 출품된 한 켤레 외에, 두 켤레는 스미스소니언 미국 역사박물관(SNMAH)과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AMPAS) 본부에 전시돼 있다. 나머지 한 켤레는 개인 수집가가 소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경매에서 루비 구두는 엔터테인먼트 기념품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전 기록은 마릴린 먼로가 영화 ‘7년 만의 외출’에서 착용했던 흰 드레스로, 552만 달러(78억 원)에 낙찰된 바 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