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모 초등학교생들 ‘윤석열은 사퇴하라’ 연습장에 적어 외쳐
학생들 “부모님과 뉴스보고 따라해”
국회 시위 현장에 아이 동반, 임산부까지 참여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윤석열은 사퇴하라”는 외침이 놀이처럼 퍼지고 있다.

9일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한 학생이 집에서 적어 온 ‘윤석열은 사퇴하라’는 종이를 들고 구호를 외치는 현상이 벌어졌다.
어른들의 외침이 아이들에게도 닿았다···초등학교에도 퍼진 “윤석열은 사퇴하라”
초등학생들이 적은 피켓 문구(취재원 제공)
초등학생들이 적은 피켓 문구(취재원 제공)
아이들은 신기한 듯 쳐다봤고 주변 친구들도 함께 따라 하기도 했다.

그 중 한 명은 “내가 윤석열 할래”라고 외쳤고, 다른 친구 한명이 “그럼 혼나야겠다”라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또 다른 친구는 “내란죄인 윤석열은 사퇴하라”라고 적은 연습장을 들고 반복하며 외쳤다.

피켓을 만든 초등학생 이 모 군은 “뉴스에서 사람들이 하는 거 보고 따라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군의 어머니 ㄱ씨는 “오늘 하굣길에 연습장에 적은 문구를 외치며 친구들과 나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학교에서 정치적인 얘기를 하는 게 조금 조심스러운 것 같아 앞으로는 하지 말라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ㄱ씨는 “일주일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 뉴스를 계속 틀어놔 아이도 본 것 같다”며 “아이와 뉴스를 함께 보면서 네가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있는 거라고, 나중에 교과서로 나올 이야기를 지금 겪고 있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설명해줬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학부모 ㅊ씨는 “저도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한다는 게 참 마음 아픈 현실이지만 그래도 빠른 시일 내 나라가 바로 잡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아이와 함께 임산부도 탄핵시위 참여 "아이들에게 좋은 나라 물려주고 싶어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부터 현재까지 많은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모여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어린 자녀들과 함께 시위현장을 찾는 부모들의 모습도 눈에 띄고 있다.

유모차를 끌고 국회 시위현장을 찾은 ㄴ씨는 “아이에게 어른들이 민주화를 찾기 위해 이렇게 싸우고 있구나 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아직 어려서 잘 모르지만 나중에 커서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서 이 자리에 너도 함께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7일 윤 대통령의 탄핵안 표결 당시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연합뉴스)
7일 윤 대통령의 탄핵안 표결 당시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연합뉴스)
내년 3월 출산 예정인 임산부 ㅎ씨도 영하의 날씨와 수많은 인파를 뚫고 8일 시위 현장을 찾았다. ㅎ씨는 “뉴스를 보고 잠이 안 오더라. 더 추워지기 전에 시위를 나가야겠다는 맘을 먹고 나왔다”면서 “뱃속 아이에게도 꼭 보여주고 아이가 크는 세상에서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시위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커뮤니티 및 SNS에는 아이와 함께 시위에 참여할 때 팁들도 공유되고 있다. 한 블로그에는 ‘아이 데리고 집회 갈 지 고민하는 분들을 위한 조언’이라는 글을 게재하면서 ▲집회 피크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다녀오기 ▲9호선이나 5호선 역까지 차로 이동해서 여의도로 이동하기 ▲아이가 있는만큼 무리하지 않고 안될 것 같으면 바로 돌아오기 등의 팁을 공유하기도 했다.

한편, 12·3 비상계엄 사태에 윤 대통령과 공모해 내란 혐의가 있다고 적시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운데 내란 범죄 혐의가 있는 관련자 및 윤 대통령을 향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