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지난 6월 윤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직접 개발 의지를 피력했던 현 정부의 상징적인 정책 과제 중 하나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정부 제출안 대비 감액한 내년도 예산안이 단독처리되면서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이 사실상 전액 삭감됐다.
기존 정부안 505억원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정부·여당과 합의 없이 497억원(98%)을 삭감한 수정안을 최종 확정한 것이다.
동해 심해 가스전 유망구조에 석유·가스가 묻혀 있는지를 확인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지난 9일 오전 부산외항에 입항해 오는 17일 1차 시추작업을 앞둔 상황에서 관련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이미 시추 작업이 시작된 상황에서 프로젝트 중단은 없다고 일축했으나 자금 부족으로 사업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공 시추에는 약 1000억원가량이 투입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 예산 약 505억원과 석유공사 자체 예산 500억원을 합쳐 총 1000억원을 들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 지원 예산의 98%가 삭감된 만큼 한국석유공사의 사채 발행 등으로 충당할 가능성이 높다.
사업을 실시하는 석유공사가 정부 지원 외에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5년째 자본잠식 상태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에서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안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석유공사의 이자부담부채는 15조4197억원, 총자산은 18조2295억원이다. 이에 따른 차입금 의존도는 84.59%에 달한다.
한편, 부산·경남지역 환경단체로 구성된 기후위기부산비상행동은 이날 부산 서구 암남공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석열 탄핵과 함께 지금 당장 전면 철회돼야 한다"며 "대통령이 탄핵당하면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수사가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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