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사상 최고가… 커피값 또 오르나
커피 원두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원두 생산국인 브라질과 베트남에 악천후가 이어진 결과다. 이에 내년에도 커피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뉴욕 시장에서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이 파운드당 3.44 달러를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977년 4월 기록한 3.38달러를 넘어선 최고치로, 올해에만 가격이 80% 상승했다.

로부스타 원두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에 사용되는 로부스타는 올해 약 두 배 올랐으며, 지난 11월에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기상 악화가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브라질은 70년 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커피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10월부터 가뭄이 일부 해소됐지만, 토양 내 수분 부족으로 커피나무 재배에 어려움을 겪었다. 베트남 역시 가뭄과 폭우가 반복되면서 원두 재배량이 감소했다.

컨설팅업체 스톤엑스는 내년 아라비카 원두 생산량이 전년 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베트남의 내년 9월까지 연간 커피 수확량도 최대 10%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한, 글로벌 커피 거래업체 볼카페는 브라질의 2025~2026년 아라비카 커피 생산량을 3,400만포대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 9월 예상치보다 1,141만포대 낮은 규모다.

커피 원두가격이 급등하면서 커피 브랜드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식품기업 JM 스머커 최고경영자(CEO) 마크 스머커는 “비용 절감과 거래량 조정 등 이용 가능한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소비자가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가격 인상을 제한하겠다고 전했다.

이미 가격 인상을 단행한 네슬레는 추가로 커피 가격을 올리고 포장 용량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 무역 매체 그로서의 자료 분석에 따르면, 네스카페 오리지널 인스턴트 커피는 영국 슈퍼마켓에서 전년 대비 15% 상승했다.

이탈리아 커피 회사 라바짜의 회장 주세페 라바짜는 “지금 같은 추세로 가격이 급등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커피 공급망이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커피 가격이 많이 상승할 것이며, 2025년 중반까지는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