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치고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치고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금융감독원이 MBK파트너스 등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수장들을 소집해 '금융자본의 산업 지배' 문제를 두고 논의에 나섰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개최한 12개 PEF 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PEF가 기업 지배구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기존의 금산분리 논의와는 다른 '사모펀드 등 금융자본의 산업지배'라는 관점에서 PEF의 바람직한 역할과 책임에 관해 논의의 물꼬를 트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함 부원장은 "PEF산업이 성장하면서 비교적 단기수익 창출이 목표인 PEF가 자칫 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대규모 타인 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부 PEF의 경영권 분쟁 참여, 소액주주와의 이해 상충 등 운용행위 역시 시장참여자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언급했다.

이는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합병(M&A) 시도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1월 28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종료 후 "과거에는 당국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면, 이제는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에 대한 부작용을 고민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원장은 "특정 산업군은 기간을 20~30년으로 길게 봐야 하는데 5~10년 내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됐을 때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주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PEF 수는 1126개, 출자약정액은 140조원에 이르는 등 2004년 제도 도입 이후 국내 PEF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H&Q, 한앤컴퍼니, MBK파트너스, 스틱인베스트먼트, IMM PE, SKS PE, VIG파트너스, UCK파트너스, 스카이레이크, 스톤브릿지캐피탈, JKL파트너스, KCGI 등의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