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기술 혈투, SK하이닉스·KT·네이버·파두 참전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이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AI 업계를 선도하는 오픈AI는 최근 프리미엄 모델 ‘오원 프로’와 동영상 생성 모델 ‘소라 터보’를 공개했으며 메타는 이에 대응해 기존 모델과 동급 성능이지만 가격을 8분의 1 수준으로 낮춘 ‘라마 3.3’을 선보였다. 아마존 역시 텍스트, 이미지, 영상을 통합 처리하는 자체 AI 모델 ‘아마존 노바’를 공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생성형 AI의 성능 경쟁은 이제 수백조 원대 규모의 투자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AI 대규모언어모델(LLM)의 학습 비용과 이를 처리하기 위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 은행 시티그룹 분석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AI 설비 투자는 전년 대비 42% 증가한 2090억 달러(약 300조 5002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아마존은 AI 데이터센터에 향후 15년간 1500억 달러(약 215조 67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MS와 오픈AI는 1000억 달러(143조 7600억 원)를 투입해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 경쟁 속에서 국내 기업들은 빅테크와의 전략적 제휴와 독자 생존이라는 두 갈래 길에서 각자의 경쟁력을 모색하고 있다.
AI 신기술 혈투, SK하이닉스·KT·네이버·파두 참전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굳건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3월 AI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한 데 이어 12단 제품 양산에도 성공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SK하이닉스와의 파트너십이 AI 산업에 혁신을 가져왔다”며 높은 신뢰를 보였고 당초 2026년으로 예정됐던 HBM4 공급 일정을 6개월 앞당겨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KT는 MS와 향후 5년간 2조 4000억원 규모의 AI·클라우드 사업 협력을 추진한다. 김영섭 KT 대표는 “수백조 원을 투자하는 빅테크와의 AI 규모 경쟁은 게임이 끝났다”며 협업이 현실적인 선택임을 강조했다.

팹리스 기업 파두는 세계 낸드플래시 3위 기업인 웨스턴디지털과 손잡고 차세대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기술 ‘FDP(Flexible Data Placement)’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다. FDP는 메타가 제안하고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채택한 차세대 데이터센터 기술 표준으로 AI 서버의 성능을 2~3배 향상하고 수명을 대폭 늘릴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AI 신기술 혈투, SK하이닉스·KT·네이버·파두 참전
최근에는 파두의 SSD 컨트롤러가 탑재된 웨스턴디지털의 제품이 엔비디아 사용 인증을 획득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반면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고 있다.

특히 영어권 시장에 집중된 기존 AI 서비스와 달리 아랍어를 비롯한 비영어권 AI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토종 AI 스타트업들은 국내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며 AI 생태계를 확장하는 모양새다. AI 서비스 플랫폼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뤼튼)는 AI 기업간 거래(B2B) 플랫폼 기업 사이오닉AI와 손잡고 AI 검색 서비스 인프라 고도화에 나섰다.

뤼튼은 사이오닉AI의 생성 AI 운영 플랫폼 ‘스톰’을 활용해 기업 소비자 간 거래(B2C)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이오닉AI는 뤼튼의 AI 검색 기술에 기반한 기업용 인프라를 개발하는 등 양 사 시너지를 만들어 글로벌 진출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은 2030년까지 1조 345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경쟁이 가속하는 가운데 의료, 제조, 금융 등 응용 분야를 확대하며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빅테크 협력과 독자 기술 개발이라는 각자의 전략으로 국내 기업들은 AI 산업 성장의 새로운 기회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 반도체와 언어 모델 분야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져 차세대 AI 산업을 이끌 주요 플레이어로 도약이 기대된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