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애널리스트① 위기에도 빛나는 통찰력, ‘믿을 맨’들 활약 돋보여

[2024 하반기 베스트 에널리스트]
리스크가 점령한 하반기, 약세 속에도 빛나던 최고 애널리스트는? [2024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①]
2024년 하반기는 우리 경제·산업을 덮친 리스크가 밸류업 등 상승 재료를 덮어버린 시기였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중국발(發) 과잉공급, 마지막으로 비상계엄령에 이은 탄핵 정국이 2025년 경제전망을 어둡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시장을 꿰뚫는 분석으로 빛이 났던 애널리스트는 누구일까? 한경비즈니스트는 매 반기마다 펀드매니저 설문을 통해 최고의 활약을 한 애널리스트를 선정한다.

이번 ‘2024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집계 결과 총 35개 분야에서 개인 29명과 2팀이 업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개인 애널리스트 중에선 2관왕이 4명 나왔다.

같은 해 상반기 유일한 2관왕이었던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가 이번에도 반도체·디스플레이, 전기전자·가전 등 같은 분야에서 연이어 2관왕을 차지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거시경제에 최초로 원자재 분야 1위로 꼽히며 2관왕 자리에 올랐다.

하반기에는 뉴페이스보다 베스트의 영예를 되찾은 이들이 돋보였다. 박형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신한에서 적을 옮긴 뒤 오랜만에 스마트·통신장비에서 최고에 등극한 가운데 이기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터테인먼트·관광뿐 아니라 지난번 놓쳤던 미디어·광고 부문까지 탈환하면서 2관왕이 됐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도 유통 분야 왕좌를 되찾으며 식음료까지 2개 분야에서 최고 자리를 차지했다.
리스크가 점령한 하반기, 약세 속에도 빛나던 최고 애널리스트는? [2024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①]
1999년 증권사에 발을 들인 후 어느새 25년 경력을 쌓은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의 한경비즈니스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통해 업계 최고로 검증된 전문가다. 그는 KB증권에서 다양한 기관투자가를 접할 수 있는 세미나 참석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해외 콘퍼런스와 기업 탐방을 통해 글로벌 산업인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인사이트를 축적했다. 최근 어려워진 업황에 따라 그는 담당 산업과 기업 업데이트, 인뎁스 리포트 작성에 더욱 신경 썼다. 김 애널리스트는 “아직 부족함 많은 저에게 과분한 상”이라며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기관투자가들이 더 노력해서 심도 있는 리서치를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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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상반기 4회 연속 2차전지 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올랐던 김현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가 다시 한번 최고 자리를 지켰다. 김 애널리스트는 2024년 베터리 시장에선 지엽적인 기술 이슈보다 국가별 친환경정책과 이에 영향을 주는 물가 및 여론 동향 등 큰 그림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인뎁스 리포트 작성 시 거시적인 부분에 분석 역량을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그중 ESS 성장성을 다룬 ‘돈이되는 ESS’와 내년 전망을 다룬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중요한 리포트로 꼽았다. 김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는 누구의 이익도 대변하지 않기에 제3자 입장에서 기업가치를 분석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그렇기에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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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2004년 업계에 입문한 이후 20년 차를 넘겼다. 하나증권에서만 10년이다. 그만큼 오랜 경험 및 경력으로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2024년 하반기에는 날카로운 분석으로 잠시 내주었던 한경비즈니스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인뎁스 리포트를 통해 “통신주는 아직 싸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는데 특히 KT의 조직 개편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11월에는 “5만원 선 돌파가 유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는데 실제 12월에 진입하며 주가가 5만원에 도달하기도 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유로움이 존재하는 직업”이라면서도 “노력에 대한 대가가 명확한 직업”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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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력 약 10년인 박형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다년간 스마트·통신장비 분야 베스트로 이름을 날린 뒤 오랜만에 옛 자리를 찾았다. 박 애널리스트는 잘나가거나 시가총액이 큰 기업을 소개하는 ‘톱다운’뿐 아니라 ‘바텀업’ 업데이트를 꼼꼼하게 하는 전문가다. 매 분기나 반기 간격으로 업체를 탐방하며 월간으로는 50여 개 업체와 대면 미팅을 하는 것이 비결이다. 그 결과 “AI 기술이 클라우드에서 디바이스로 확장될 것”을 예고하는 리포트를 내기도 했다. 2024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는 이수페타시스의 유상증자와 인수합병을 꼽았다. 그는 “권리와 책임투자, 그리고 밸류업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만든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행복한 직업”이라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강점을 최대한 살려 원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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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소프트웨어·솔루션 분야 최고의 영예는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가 차지했다. 그는 2024년 상반기 ‘뉴페이스’로 등장한 그는 하반기에도 명성을 이어갔다. 임 애널리스트는 산업의 변화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인뎁스 자료를 작성하는 전문가로 유명하다. 그가 꼽은 지난해 최고의 리포트는 9월 11일 나온 ‘서브컬처의 시대: IP의 종적 확장성에 주목하라’이다. 해당 리포트는 긍정적 전망을 명확한 수치로 보여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임 애널리스트는 “시장에 산업 및 기업에 대한 로직을 제시하고 이후 해당 로직이 실현될 때의 희열은 어떤 직업군에서도 느낄 수 없는 매력”이라며 “시장은 늘 새로운 이야기에 열광하기에 부지런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장에 제시하다 보면 언젠가는 진가를 인정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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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터테인먼트·관광, 미디어·광고 분야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10년간 기업 및 사업 분석을 이어가면서 쌓인 노하우가 상당하다. 지난 하반기에는 엔터 산업 주가의 바닥에 대한 고민을 담은 리포트를 통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2024년에는 BTS와 블랙핑크의 공백 속 첫 앨범 판매량 감소 사이클이 나타났으며 갑작스레 불거졌던 뉴진스의 어도어 이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과거 동방신기나 빅뱅 사례에서 확인되 듯 핵심 IP의 제대 전부터 주가가 좋았던 경험이 있다”며 “추후 확인되겠지만 과거의 경험을 리포트에 녹였던 부분이 좋게 평가받은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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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유통(종합상사 등)과 식음료·담배업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그는 시장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리포트를 쓰며 전문가로서 자신을 차별화했다. 2024년 하반기에는 오리온의 리가켐바이오 인수와 KT&G 주주환원 등 관련 이슈가 다양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KT&G 주주환원에 대한 심도 있는 리포트를 작성해 “애널리스트의 진심이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데다 실제 해당 기업이 리포트 내용대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더 보람을 느꼈다. 그는 “기업들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일을 넘어서 기업의 의사결정자에게 자본시장의 의견을 전달하고 나름의 방향성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며 “앞으로는 직업에 대한 의미를 찾기보다 의미를 만들어가려는 대담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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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증권계에 발을 들인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 눈높이에 맞는 리포트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최 애널리스트는 “운송업종에선 실적 전망이나 역사적 밸류에이션 비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주가 움직임이 많다”며 “펀더멘털과 주가 간의 괴리에 대해 특히 더 많이 고민해왔고 시장 눈높이에 맞춰 의사소통하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실적 개선은 기본, 4분기 모멘텀도 터진다’는 이런 관점에서 운송업종의 투자패턴에 대해 잘 설명이 돼 투자자로부터 많은 공감을 받은 리포트로 꼽힌다. 그는 “애널리스트의 역할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며 “변화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전문성과 유연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크다”고 전했다.
리스크가 점령한 하반기, 약세 속에도 빛나던 최고 애널리스트는? [2024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①]
2024년 상반기 첫 베스트 애널리스트 자리에 오른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하반기에도 자리를 지켰다. 임희연 애널리스트는 수치 외에도 새로운 금융상품 등을 통해 시장 흐름을 빠르게 읽고 투자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전문가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보고서는 ‘증권 -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로 지난 10년간 증권사들의 자본이 늘어남에 따라 기초 이익체력이 확대된 점을 분석해 보여주고 있다. 정교한 숫자가 논리를 뒷받침했지만 동시에 증권업을 처음 접하는 투자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풀어쓴 리포트다. 그는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받아들여야 하며 철저한 데이터 분석과 사실 기반의 접근을 통해 작성한 자료에 대한 높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스크가 점령한 하반기, 약세 속에도 빛나던 최고 애널리스트는? [2024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①]
은행업종에서만 20년 경력을 쌓은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다양한 이슈 발생 시 빠른 분석으로 정확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는 2024년 하반기까지 은행·신용카드 섹터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연이어 차지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지난 9월에도 KB금융이 밸류업 지수에서 빠졌을 때도 투자심리 위축에 동요하지 않고 소신 있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지수 편입 여부보다 주주환원율 확대 폭이라는 내용이었다. 결국 이후 KB 주가가 급등하며 그의 분석은 적중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후배들에게 “자본시장의 첨병으로서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애널리스트 직업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스크가 점령한 하반기, 약세 속에도 빛나던 최고 애널리스트는? [2024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①]
2023년 하반기부터 3연속 유틸리티 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된 문경원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전문가다. 10월 발간된 ‘재생에너지, 최고의 레시피를 찾아서’라는 보고서는 과거와 주가를 움직이는 핵심 변수가 달라진 부분을 설명하고 밸류체인별 업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는 데 초점을 뒀다. 그는 애널리스트의 중요한 덕목으로 ‘소통’을 꼽았다. 문 애널리스트는 자기 직업에 대해 “시장의 목소리를 가장 직접적으로 듣고 또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낼 수 있는 멋진 직업”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소통 능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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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급속한 변화를 겪었던 자동차 시장, 김준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정체성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에도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올랐던 그는 지난 하반기 ‘Robotaxi, 인플레 혁명 vs 디플레 혁명’이라는 보고서로 주목받았다. 운전 로봇 기술의 진전 상황을 미국과 중국 현지 기업 탐방 및 시험 주행 체험을 통해 설명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10월 10일 테슬라의 로보택시 공개행사와 맞물려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냈다. 김 애널리스트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기여하기 위해 정해진 틀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사고의 확장에 매진한다면 누구나 좋은 애널리스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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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공업·기계 섹터 6년패를 달성한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5년간 쌓아온 산업 사이클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시장에서 접하지 못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2024년 국내 조선업은 중국의 캐파 증설에도 불구하고 가스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을 앞세워 이를 돌파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호황의 향기 2, 3’ 시리즈 리포트를 통해 △실적 회복 배경 △셀러스 마켓에서의 신조시장 강세 △벨류에이션 방법론에 대해 전달한 바 있다. 최 애널리스트는 “수많은 SNS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지금 상황에서도 컨센서스를 만들고 산업과 교류하면서 인사이트를 쌓고 공유하는 애널리스트의 업무는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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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고분자생체재료공학 석사를 거쳐 제약회사 신약개발팀 연구원으로 재직한 경력을 바탕으로 바이오업계 전문·실무 지식을 두루 갖췄다. 지난 상반기에 이어 다시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차지한 그는 원천기술력을 강점으로 하는 바이오텍 중 코스닥 1위를 차지한 알테오젠을 최선호주로 추천한 바 있다. 엄 애널리스트는 “기존 투자의견이 없던 기업도 꾸준히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기업 관련 이슈에 빠르게 대응하고 밸류에이션에 대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산업-변방에서 중심으로’라는 보고서에선 금리인하 수혜뿐 아니라 국내 바이오텍들의 2024년 기술이전 성과, 한국 CDMO 기업들의 글로벌 위상 등 제약·바이오 산업이 양과 질적으로 크게 성장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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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석유화학 분야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윤재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산업 전반의 흐름을 바탕으로 정유·석유화학 산업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로 유명하다. 2024년 하반기에는 ‘트럼프 2.0 시대의 Energy Dominance’라는 보고서로 트럼프 당선에 따른 전반적인 에너지 산업의 변화와 영향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투자자들이 트럼프 취임 후 확정된 정책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한 것이다. 그는 2024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롯데케미칼 신용위기설’을 꼽기도 했으며 대형 화학주가 언제 긴 터널을 뚫고 실적 반등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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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