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 산책]
드론 촬영과 파노라마의 자유[김우균의 지식재산권 산책]
원래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복제·전송하면 저작권 침해가 된다. 그런데 우리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도 야외공원에 설치된 조각상(미술저작물)을 배경으로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복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업로드도 하고 있다. 혹시 나중에 저작권자가 문제 삼지 않을까.

결론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 저작권법이 가로·공원·건축물의 외벽, 그 밖에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하는 미술저작물·건축저작물·사진저작물(이하 미술저작물 등)은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이를 복제해 이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상 ‘파노라마의 자유’라고 부른다.

개방된 장소에 항상 전시된 미술저작물 등을 복제하는 행위는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행위이므로 저작권으로 이를 제한하는 것은 사회통념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 저작권자 스스로 개방된 장소에 항상 전시되는 방식으로 저작물을 설치한 것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자유 이용은 저작권자가 예상하고 수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봤다.

다만 파노라마의 자유가 인정되려면 저작물이 ‘항상’ 전시돼 있어야 하고 전시된 장소가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여야 한다는 제한이 있다.

법원은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란 ‘불특정 다수의 자가 보려고만 하면 자유로이 볼 수 있는 개방된 장소를 가리킨다’고 명시했다. 이용객의 출입이 사전 예약 등으로 비교적 엄격히 관리되는 골프장, 영업시간이 정해진 카페에 일정 기간만 전시된 저작물 등은 위 규정의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가 아니며 ‘항상 전시’된 것도 아니다.

즉 골프장에 들어가서 골프 코스를 촬영해 스크린 골프 영상으로 제작하는 행위는 ‘파노라마의 자유’로 면책되는 것이 아니라 저작권 침해가 된다.

이처럼 저작권을 제한하는 규정은 저작권자의 권익이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해석·적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상 전시’되어 있는 미술저작물 등을 드론을 이용하여 상공에서 촬영하는 행위는 ‘파노라마의 자유’로 허용되는 것일까. 법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독일 연방대법원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독일 판례는 주민들의 휴식 공간이나 관광명소로 활용되고 있는 광산 폐석 더미 위에 설치된 여러 예술가의 조형물을 드론으로 촬영한 항공사진을 책으로 출판한 사안에 관한 것이다. 이 조형물들이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상 전시’되는 방법으로 설치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피고는 ‘파노라마의 자유’를 주장했다.

그러나 독일 연방대법원은 “‘파노라마의 자유’는 일반 공중이 ‘공공장소에서 보이는 그대로’의 시야를 재현하는 사진 및 표현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일반 공중이 접근할 수 없는 장소에서 전혀 다른 시각으로 촬영하는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즉 저작권 침해라고 판단한 것이다.

독일 연방대법원의 위와 같은 판결은 언뜻 너무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실제로 독일의 하급심 법원은 드론 촬영 사진에 대하여 ‘파노라마의 자유’가 적용된다고 판시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노라마의 자유’는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행위’라는 점, 저작권자가 예상하고 수인할 수 있는 범위 내의 행위라는 점 등을 감안한 것임을 생각해 보면 연방대법원의 판결도 수긍할 만하다.

즉 저작권자가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상 전시되는 방식으로 미술저작물 등을 설치했을 때는 공중이 통상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서 보이는 시야 정도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정도만 예상했던 것인데 항공촬영 등 공중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행위까지 저작권자에게 예상하거나 수인하라고 할 수는 없다는 고려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일반 공중이 스마트폰처럼 모두 드론을 1기씩 소유하고 누구나 항공촬영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위 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저작자의 권리보호와 이용자들의 저작물 이용 편익은 항상 긴장 관계에 있는 것 같다.

김우균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