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쟁의 주역으로 자리 잡을 유무인복합운용체계 MUM-T[테크트렌드]](https://img.hankyung.com/photo/202501/AD.39152930.1.jpg)
그런데 군인 한 명당 한 대의 드론을 직접 조종하는 기존 전투 수행 방식은 머지않아 바뀔 것으로 보인다. 드론을 비롯한 각종 무인 무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이 개발하고 있는 무인 무기의 새로운 활용 방안은 전투차량, 전투함, 전투기 등 군인이 탑승하고 직접 조종하는 기존 유인 무기와 무인전투차량, 무인전투함, 드론과 같은 무인 무기 여러 대를 하나의 팀으로 묶어서 양적, 전술적 우위를 확보한 가운데 전투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한 대의 유인 무기와 복수의 무인 무기가 한 팀으로 협업하는 무기 체계를 일컬어 MUM-T(Manned-Unmanned Teaming·유무인복합운용체계)라고 부른다. MUM-T에 속한 유인 무기는 종종 유인 플랫폼으로 불리기도 한다. 직접적인 전투 수행은 물론이고 다수의 무인 무기를 지휘, 통제하고 때로는 무인 무기의 발사대 역할까지 겸하는 등 전투팀의 제반 기능을 관장하는 중추적인 플랫폼이 되기 때문이다.
MUM-T는 한 대의 유인 플랫폼이 무선통신으로 복수의 무인 무기를 실시간 제어하고 협업함으로써 임무를 수행하는 체계이다. 유인 전투기와 여러 대의 드론으로 구성된 MUM-T의 경우 드론이 전투 영공에 먼저 진입해서 대공 레이더나 대공미사일 등의 위협 요소를 탐지하고 해당 정보를 아군 작전통제소 및 같은 팀 소속 유인 전투기에 전달한다.
유인 전투기에 탑승한 조종사는 드론이 수집한 정보로 적진의 상황을 파악한 다음 같은 팀 소속의 다른 드론들에 적절한 명령을 내린다. 명령을 받은 드론은 유인 전투기와 협력해 레이더 및 대공미사일 기지를 회피, 파괴하도록 하고 최종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드론은 유인 전투기 대신 적군의 대공미사일 기지를 공격하는 위험한 역할을 수행하거나 적군의 시선을 끌어 적 전투기나 미사일 공격을 유인하는 미끼 역할을 수행해 아군의 인명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도 일조한다.
업계에서는 MUM-T가 미래전에서 반드시 필요한 무기체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유인 플랫폼과 무인 무기의 협력으로 발생하는 시너지를 통해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MUM-T의 개념을 만들고 개발해 온 미 육군은 MUM-T가 전장의 상황 인식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고 전투 수행 전반의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유인 무기와 무인 무기 간의 역할 분담을 통해 군 병력의 육체적, 심리적 피로를 감소시키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무기 사용량을 줄여 작전 지속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전투부대의 방어력과 공격력을 모두 향상시킬 것으로 평가한다. 무엇보다도 아군 장비의 손실 축소를 넘어 전차 승무원, 전함 승조원, 전투기 조종사 등 아군 병력의 인명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방산 분야에서는 완전한 무인 무기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MUM-T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MUM-T는 유인 플랫폼과 무인 무기를 단순히 한 팀으로 묶어 놓은 조직도상의 체계가 아니다. 유인 플랫폼과 무인 무기가 필요한 정보를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는 보안 통신 기술과 자율적인 인식, 판단 기능을 갖춘 AI 모델을 비롯한 각종 기술들이 지원되어야 제대로 작동하는 기술적인 협력 체계다.
MUM-T의 핵심 기술로는 군인의 임무 부담을 줄여주는 동시에 장비 간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AI 기반의 자율적인 군집 비행 기술, 임무 할당 기술, 조종사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지휘결심지원 기술, 자동표적식별기술 및 끊김 없이 실시간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 링크 기술 등을 들 수 있다. 미 국방부는 MUM-T 구성과 운용에 필요한 제반 기술들을 상호운용성(LOI, Levels of Interoperability), 자율성, 안전한 네트워크, 인간 기계 협동의 4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민간 분야에 등장할 수도MUM-T는 다양한 모습으로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육군, 해군, 공군마다 특정 임무 수행에 필요한 장비들과 기술들을 다양하게 조합해서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방산 기업들은 MUM-T의 다양한 임무 수행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작년 11월 미국 록히드마틴은 본사보다 유명한 선행개발팀 스컹크웍스(Skunk Works)를 통해 MUM-T의 공격 임무를 테스트했다고 밝혔다. 테스트 내용은 제트 훈련기 L-39 앨버트로스에 탑승한 조종사가 제트 훈련기 L-29 델핀을 드론으로 개조한 무인기 2대에 목표물을 배정하고 공격 명령을 하달해서 드론이 공격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같은 해 5월 미국 보잉은 FA-18 슈퍼 호넷 전투기와 드론인 MQ-25 스팅레이로 구성된 MUM-T를 이용해서 유인기와 무인기 간의 공중 급유 테스트를 실시했다. 시뮬레이터를 통해 FA-18 조종사가 MQ-25에 공중 급유 장치를 개방해서 슈퍼 호넷에 급유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MQ-25는 유인 전투기인 FA-18와 속도를 맞추면서 안정적으로 공중 급유 임무를 수행해냈다고 한다. 유럽의 에어버스는 여러 대의 유인 헬리콥터와 드론으로 구성된 해군 MUM-T가 해적 퇴치 임무를 수행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드론은 보트에서 의심스러운 활동을 발견하자 관련 정보를 유인 헬리콥터와 공유하는 등 사전 정찰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국내 방산 기업들도 다양한 MUM-T 콘셉트를 소개하고 있다. KF-21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는 KAI는 KF-21과 전투용 드론으로 구성된 MUM-T와 수리온 헬기를 공중 발사 플랫폼으로 활용해 다수의 정찰용 드론을 연동시킨 MUM-T 등 2종의 청사진을 소개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K9 자주포를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작년 10월 개최된 방산 행사 ADEX를 통해 지휘차량과 6문의 K9 자주포로 구성된 육군용 MUM-T 콘셉트를 선보였다.
한화의 K9 MUM-T는 K11 지휘장갑차에 탑승한 2명의 조종사가 각자 K9 자주포 1대를 원격조종하고 원격조종 자주포 1대마다 무인 자주포 2대를 종속시켜 2명의 병력이 총 6문의 자주포를 운용하는 콘셉트이다. 기존 K9 자주포의 운용 인원은 대당 5명이므로 6대를 운용하려면 30명이 필요하지만 MUM-T로는 2명만으로 가능해서 병력 배치의 효율성과 인명 피해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 조선업체인 한화오션도 1만6000톤의 대형 함정에 정찰, 전투용 드론 수십여 대와 다수의 무인 수상정 및 무인 잠수정으로 구성된 해군용 MUM-T 콘셉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MUM-T 시스템에 내재된 정밀성, 속도, 효율성 등 높은 기술적 가치 때문에 MUM-T는 재해·재난 현장에서 수행되는 소방, 수색, 구조작업이나 위험물 사고 및 법집행 분야 등 방산 이외 분야에 전용될 가능성이 크다. 도심 항공 수단인 UAM과 지상 교통 수단 간의 연계 서비스 등 각종 민간 산업에도 MUM-T 기술이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석용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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