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번”…고액자산가, 코스피와 삼성전자 담았다 [2025 부자 투자 노트①]](https://img.hankyung.com/photo/202501/AD.39286374.1.jpg)
‘2025 투자 전략’을 더 똑똑하게 만들 힌트, 고액자산가는 2025 투자 장바구니에 무얼 담았을까. 한경비즈니스는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10억원 이상 국내 자산가들의 2024년 4분기 투자 동향을 살폈다. 돌아온 국민주 ‘삼성’
![“미워도 다시 한번”…고액자산가, 코스피와 삼성전자 담았다 [2025 부자 투자 노트①]](https://img.hankyung.com/photo/202501/AD.39225091.1.jpg)
물론 이유는 저가매수다. 지난 하반기 삼성전자 주가가 조정 국면을 거친 후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판단에서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11일 이후 39% 폭락했다. 7월 11일 장중 8만8800원까지 올랐으나 2024년 말 5만3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수모도 겪었다. 지난해 10월 초에는 최고경영자가 사과문을 쓸 정도로 주가가 하락했고 11월엔 장중 4만9900원을 터치하며 신저가를 기록했다. 대장주의 급락은 치명적이었다. 기업의 단순한 주가 하락을 넘어 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의 신뢰, 심리, 재정적 안정성을 흔들어 시장 전반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다. 주식 투자자들은 저가매수와 데드캣바운스 사이에서 고민했다.
고액투자자들은 이 무렵 삼성전자를 담았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핵심 투자 포인트인 HBM 리더십 회복에는 시일이 좀 더 필요하다”면서도 “시클리컬 업종 주가의 선행성 관점에서 접근할 만한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시장의 기대치를 밑돈 4분기 실적발표에도 저점매수 구간이라는 분석은 유효하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만큼 바닥이 멀지 않다”며 “역사적 저점을 깨고 내려간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악재 상당 부분은 주가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 이익 하회가 밸류에이션 저점 매수를 가속화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그룹주에 대한 관심도 확대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1위)를 비롯해 삼성SDI(6위), 삼성전기(8위), 삼성물산(9위)이 순매수 상위종목 10개에 포함됐다. 톱10 중 삼성그룹주의 비중만 40%다. 지난 1년간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으로 삼성그룹 시총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대로 떨어졌다.
단,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향 HBM 3E 공급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V자 반등은 힘들다”며 “밸류에이션 매력은 충분하지만 체질 개선이 확인될 때까지 박스권 주가 흐름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바닥론을 펼친 이승우 센터장 또한 “삼성은 앞으로 반성과 변화의 혹독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전 임직원이 분발하지 않으면 과거와 같은 ‘강한 삼성’을 재현하기 쉽지 않다”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회사와 정부 차원의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바닥 찍은 코스피?KODEX 200, KODEX 레버리지와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도 3대 증권사의 순매수 상위권에 등장했다. 레버리지 ETF는 지수 일별 수익률의 2배를 추구하는 ETF다. ETF 지수가 1% 상승했다면 수익률은 2%가 된다. 반대로 1% 하락했다면 수익률도 –2%다. ETF 구조상 시장의 상승이 예상될 때 거래량이 많이 늘어난다.
고액자산가들이 레버리지 ETF 투자를 늘렸다는 건 코스피와 코스닥의 단기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들은 지난해 말 코스피 조정을 바닥으로 판단하고 빠른 반등을 노린 단기적 투자 전략을 택했다.
이들의 선택은 현재까지 적중하고 있다. 한국 시장은 출발이 좋았다. 코스피지수 수익률은 1월 2일부터 15일까지 4.08%다. 소폭 하회했지만 지난 10일까지는 4.8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주요국 중 1위다. ‘전쟁국’보다 수익률이 나쁘다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정치적 리스크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기대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고 이로 인해 코스피 저평가 매력이 부각됐다.
증권가에서도 올 한 해는 미국 주식보다 한국 주식의 선방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주식시장은 지금 2000년대 들어 대략 다섯 번째로 낮은 수준”이라며 “실패할 가능성이 낮은 밸류에이션”이라고 말했다. 그가 꼽은 가장 큰 이유는 작년 코스피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올해의 경기 둔화 가능성을 어느 정도 선반영했다는 점이다.
김종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전교 꼴찌에서 전국 1등으로’란 리포트를 썼다. 원화의 상대적 강세, 유동성 개선, 외국인 자금 유입이 한국 시장 반등의 이유다. 김 애널리스트는 “한국 시장은 더 이상 나빠질 요인은 찾기 어렵고 비워진 수급은 채워야 할 때”라며 “연말까지 비관이 팽배했던 한국 증시가 지금은 기회의 땅이 될 시기”라고 분석했다. 그의 추천주는 미국 정책의 수혜가 명확하거나, 성장에 대한 차별적 모멘텀이 있거나, 한국만의 강점을 보유한 기업들이다. 코스닥 성장주 베팅코스닥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지난 4분기 고액자산가의 상위 투자 종목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KODEX 2차전지산업, 루닛(의료 인공지능 기업), 리가켐바이오(바이오 기업) 등이 담겼다. 코스닥 성장 섹터와 관련된 종목이다. 자산가들이 코스닥 내에서의 특정 섹터 성장을 겨냥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실제 코스닥은 지난해 코스피보다 더 낙폭이 컸다. 코스피는 지난해 전년 대비 9.6%, 코스닥지수는 21.7%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올해 상반기를 코스닥의 기회의 해로 본다. 김민규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닥은 보통 많이 빠진 다음 해 상반기에 되돌림이 크게 나타났다”며 “이 논리가 비록 허술해보이나 평균회귀란 중요한 통계논리가 자리한다”고 분석했다.
저가매수 종목으로 고액자산가들은 성장성 높은 전기차, 2차전지, 그리고 바이오에 주목했다. 고성장 섹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루닛은 유방암 진단 AI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 MMG’를 보유했다. 작년 유방암 특화 검진 솔루션을 갖춘 볼파라헬스를 인수한 데 이어 아스트라제네카와 AI 분야 협력 계약을 맺어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단, 지난 4분기에 임원과 주요 주주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여파로 최근 고공행진하던 주가는 약세다.
리가켐바이오는 항체-약물 결합체(ADC)를 개발하는 바이오 의약품 회사다. ADC란 항체와 약물을 서로 연결시켜 특정 표적을 대상으로 항암치료를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지난 1월 9일엔 이 회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ADC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시장의 화제를 모았다.
고액자산가의 장바구니엔 담기지 않았지만 애널리스트의 추천주도 있다. KB증권은 클래시스, 파마리서치, JYP, 오스코텍, 디어유 등을 관심종목으로 제시했다. 실적모멘텀 상위 종목이거나, 지난 3분기 실적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거나, 최근 주가모멘텀 상위를 기록한 종목 중 2개 이상이 겹치는 종목들이다. 트럼프 리스크는 없다?‘트럼프 리스크’가 직격할 것으로 예상된 국내 완성차 업종도 고액자산가의 투자 목록에 담겼다. 현대차, 현대차우, 현대차2우B, 기아 등이다. 국내 완성차의 경우 2024년 4분기부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세 등 관련 정책 리스크에 복수로 노출됐다. 우려가 상당하나 여전히 정책 리스크의 조기 해소 실마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주가 움직임은 다르다. 최근 자동차 관련주는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주가 흐름을 보였다. 지난 1개월간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2.33%, 7.44% 오르며 연말 부진했던 코스피의 수익률을 상회했다. 특히 1월 초부터 현대차·기아에 호재가 연이어 터졌다. 지난 1월 9일엔 역대 최대 규모의 국내 투자 결정 소식을 발표했다. 다음 날 미국에선 엔비디아와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단 소식이 전해졌다.
단, 향후 주가에 대한 분석은 엇갈린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와 관련 “우호적 환율과 경쟁구도 재편 과정에서 선점한 우월한 협력 구도에 기반해 2025년 실적 호조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낮은 밸류에이션과 자사주 매입, 배당 등 주주환원에 힘입어 1분기에도 추세적 주가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스마트카 기술 역량을 주가 상승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현대차·기아의 2025E PER 밸류에이션은 현재 4배 이하로 역사적 저점에 거래되고 있다”며 “양사의 스마트카 기술 역량에 대한 우려가 기대보다 큰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술 진전에 대한 확인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다소간의 주가 정체 국면 지속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불경기엔 방어적 투자삼양식품, 유한양행, 한화오션, 삼성물산 등 안정적 실적과 배당을 기대할 수 있는 방어적 종목들도 한국 부자들의 투자 리스트 상위 종목에 포함됐다. 한국 정치가 촉발한 디스카운트, 한은이 예고한 불황, 미국발 금리 충격, 트럼프 리스크 등 대내외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해석된다.
특히 삼양식품의 경우 효자상품 ‘불닭볶음면’의 호조로 북미와 유럽 매출 비중이 올해 본격화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도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치를 높이고 있다.
유한양행도 주목할 종목 중 하나다. 지난 1월 7일 이 회사 파트너사인 존슨앤드존슨(J&J)으로 기술을 이전한 폐암 신약이 임상시험에서 경쟁 약물 대비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는 결과가 발표되자 주가가 크게 뛰었다.
부자들이 걷어낸 종목도 있다. 지난해 4분기 고액자산가의 관심 밖으로 벗어난 종목도 여럿이다. 알테오젠, 크래프톤, 실리콘투, 네이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순매도 상위종목에 포함됐다. 차익실현을 위한 매도, 실적 기대감 둔화, 개별 리스크 요인 등 각기 다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