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2025 부자 투자 노트]
자산가의 해외주식 선택, ‘머스크’와 ‘배트맨’ [2025 부자 투자 노트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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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10억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국내 고액자산가의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수익률이다. 국내 투자자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가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면 미국 증시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굳건하다. 고액자산가의 포트폴리오도 같다. 이들의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종목에는 트럼프 수혜주, AI 수혜주, 암호화폐 및 레버리지 수혜주 등이 담겼다. 순매수 규모도 국내주식의 상위종목을 크게 앞선다.
자산가의 해외주식 선택, ‘머스크’와 ‘배트맨’ [2025 부자 투자 노트②]
불확실 시대 ‘믿을맨’ 테슬라2025년 미국을 이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가 1월 20일(현지 시간) 열렸다. 한국의 고액자산가도 지난해 4분기 트럼프 수혜주를 가득 담았다.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에 10억원 이상 국내 자산가의 2024년 4분기 투자 동향을 의뢰한 결과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종목에는 비트코인 ETF(NH투자증권)와 테슬라(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가 각사별 1위에 자리했다. 비트코인과 테슬라 모두 넓게는 트럼프의 수혜주다.

테슬라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해 11월 5일(251.44달러) 미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 이후 테슬라 주가 상승률은 70%를 넘었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둔 1월 15일(현지 시간)엔 하룻새 8% 급등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해 12월 27일 이후 최고가이자 새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주요 기술주가 일제히 상승한 가운데 테슬라의 오름폭은 가장 컸다. 지난해 상반기 큰폭의 하락세로 빅테크의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던 테슬라의 화려한 귀환이다.

주요 배경은 CEO인 일론 머스크에 있다. 트럼프 당선에 일등공신인 머스크는 트럼프 시대 최고 수혜자로 꼽힌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자신의 여러 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 예정이다. 현재 DOGE의 운영 방식이나 구체적인 계획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단, 머스크가 소유한 회사들이 이미 미국 연방정부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뉴욕타임스는 이해상충 금지와 재정 상황 공개와 같은 이슈가 앞으로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월가의 기대감도 크다. 트럼프 효과뿐 아니라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리더, 테슬라에 대한 기대감이다. 모건스탠리는 1월 13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테슬라 주가가 로보택시 잠재력을 바탕으로 1년 이내에 8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 주가는 그의 절반인 428달러다. 웨드부시는 “테슬라는 현재 시장에서 가장 저평가된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이라며 “AI 기술이 소프트웨어 시장 전반에 걸쳐 폭발적으로 확산하고 있고 앞으로 테슬라가 AI 혁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JP모간은 과대평가를 경계한다. 이 회사는 테슬라의 수익구조를 지적하며 목표가를 135달러로 제시했다. 테슬라 주가가 향후 60% 이상 급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반감기에 트럼프까지트럼프의 왼쪽 어깨에 머스크가 있다면 오른쪽엔 비트코인이 있다. 비트코이너의 주장에 따르면 2025년은 비트코인 ‘반감기’로 인한 가격폭등이 일어날 해다. 반감기는 4년마다 채굴 보상을 절반으로 줄이며 공급을 제한하는 메커니즘이다. 이는 통상적으로 반감기 이후 6~8개월 동안의 횡보 기간이 지나면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는 패턴을 만들어왔다. 2024년 4월의 반감기 이후 본격적인 폭등장은 2025년 1~2월로 예고됐다. 그러나 트럼프가 이를 앞당겼다.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블록체인학과 오태민 교수는 ‘친가상화폐 대통령’인 트럼프의 당선 이후 시장의 흐름이 두 달 앞당겨졌다고 지적하며 지난해 4분기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세는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월 20일 문을 연 트럼프 행정부는 가상화폐 시장에 새 바람이 될 전망이다. 오 교수는 “트럼프의 측근들이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관련 정책을 발표할 때까지 횡보하다가 실제 정책이 나온다면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지코인 가격 급등을 주도했던 머스크를 비롯해 초대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스콧 베센트 역시 가상화폐 정책 완화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여기에 상무장관 지명자인 하워드 러트닉도 가상화폐 산업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상·하원 모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함에 따라 공화당 주도의 크립토 관련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커졌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시장은 이미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출시된 지 11개월 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 20년이 넘은 금 ETF의 순자산 규모를 뛰어넘었다.

국내 고액자산가들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계좌를 둔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2X 비트코인 스트레티지 ETF’로 순매수 금액만 526억4000만원에 달했다. 반면 이들이 매수한 국내주식 중 1위 종목인 삼성전자의 순매수 금액은 106억9000만원이다. 비트코인 ETF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어 ‘2X 이더 ETF’, ‘프로셰어 울트라 비트코인 ETF’,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이 고액자산가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됐다. 올해는 ‘배트맨’ 투자워싱턴에 트럼프가 있다면 월가엔 ‘배트맨’이 있다.

고액자산가들은 지난해 4분기 ‘매그니피센트7’에 더해 브로드컴을 집중 매수했다. 배트맨(B.A.T.M.M.A.A.N)이란 브로드컴,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알파벳, 엔비디아를 합친 미국 대형 기술주 8개를 의미한다. 기존 ‘M7’에 AI 맞춤형 ASIC 반도체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브로드컴이 새롭게 추가됐다. 미국 월가 투자은행들이 올해 미국 증시를 이끌 것으로 전망한 빅테크 기업들이다.

국내 자산가들은 이들이 한데 모인 기술주 중심의 ETF도 담았다. Invesco QQQ Trust Series 1 ETF, Invesco 미국 나스닥 100 ETF, 아이셰어즈 익스팬디드 테크 소프트웨어 섹터 ETF 등이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테슬라를 비롯해 브로드컴, 알파벳 클래스A, 메타 플랫폼스를 샀다. 반면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순매도 상위종목에 올랐다.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과 차익 실현을 위해 해당 주식을 매도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민수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운용팀 팀장은 “AI 시장의 트렌드는 여전히 미국 빅테크 기업이 이끌고 있다”며 “나스닥지수 대비 기술주에 보다 집중한 큰 익스포저를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배트맨 관련 ETF’가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박승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 또한 “상반기까지는 여전히 미국 증시 관련 ETF, 특히 AI와 빅테크, 혁신산업 관련 종목들에 대한 포지션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정책 모멘텀 약화 및 변동성에 대비해 퀄리티, 인프라 콘셉트의 ETF를 제안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