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공포 확산... 태국 여행 취소 급증
최근 중국 유명 배우의 납치 사건으로 태국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태국을 찾는 주요 관광객층인 중국인들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여행을 대거 취소하고 나선 것이다.

15일(현지 시각) CNN은 성수기인 춘절(설) 연휴를 앞두고 중국 배우 왕싱의 납치 사건이 발생하면서, 태국 여행사들이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행 분석 업체 포워드키스에 따르면, 사건 발생 후 주말 동안 중국발 태국행 항공편 취소 건수가 150% 급증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 샤오홍슈에서는 '태국 여행 취소' 관련 게시물이 38만 건을 돌파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태국 항공편과 호텔 예약을 취소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게시글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중국 최대 여행사 씨트립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이달 말까지 예약된 태국행 단체관광이 1건(12명)에 불과하다"며 "왕싱 납치 사건이 관광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광둥성 남부의 한 여행사도 CNN에 “납치 사건 이후 여행 예약이 크게 줄었다”며 설 연휴 여행이 지난해 전체 예약의 40%에 달했던 것에서 올해는 대폭 감소했다고 전했다.

태국 관광업계는 이번 사건으로 설 연휴 기간 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10~2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태국 관광스포츠부에 따르면, 지난해 태국을 찾은 중국인은 673만 명으로 외국 관광객(3,550만 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납치 사건 여파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로도 확산하고 있다. 홍콩 팝스타 이슨 찬은 팬들의 안전 문제를 이유로 방콕 콘서트를 취소했으며, 중국 코미디언 자오 벤샨 역시 2월 예정됐던 태국 공연을 취소했다.

태국 여행사 협회장 시스디바치르 치와라타나폰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중국 관광 시장, 특히 투어 업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어 “중국 설 연휴가 끝나야 정확한 영향 범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CNN에 전했다.

중국 배우 왕싱(31)은 지난 4일 태국-미얀마 국경지대에서 실종됐다가 3일 만에 구출됐다. 왕싱은 드라마 캐스팅 제안을 받고 태국에 왔다가 미얀마 미야와디 지역으로 납치됐으며, 그곳에서 중국인을 겨냥한 사기 수법을 교육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같은 건물에 최소 50명이 갇혀 있었고, 다른 건물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중국 모델 양쩌치(25)의 가족 역시 왕싱과 그녀가 비슷한 방식으로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미얀마에서 실종된 중국인 174명의 가족은 합동 청원서를 통해 실종자 귀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태국 총리 패통탄 친나왓은 관광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건 수사를 신속히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기자회견에서 왕싱은 태국 관리의 요청으로 "태국은 안전하며,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국에 본부를 둔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 NGO 단체는 미야와디의 주요 시설에 약 21개국 출신 6,000명이 억류된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 중 약 3,900명은 중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야와디 지역에서의 취업 사기와 납치 사건 등 범죄 피해가 늘어나자, 한국 외교부는 해당 지역의 여행경보를 3단계(출국권고)에서 4단계(여행금지)로 상향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