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023년 11월 15일 오후 울산 울주군 고려아연에서 열린 니켈 제련소 기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023년 11월 15일 오후 울산 울주군 고려아연에서 열린 니켈 제련소 기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이 오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 등 최윤범 회장 측이 제시한 핵심 쟁점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제1차 위원회를 개최해 고려아연 임시 주총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국민연금 수탁위는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과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안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최 회장 측에 힘에 실어준 것이란 평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에서 주식을 일부 처분해 지분율이 7.49%(156만6561주)에서 4.51%(93만4443주)로 줄었지만, 여전히 비중이 높은 주요 주주다.

현재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지분 40.97%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 회장 측이 약 34%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양측 지분 차이는 약 7% 정도다.

구체적으로 이날 수탁위는 안건 제1-1호인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정관 변경의 건에 '찬성'을 결정했다.

수탁위는 제1-2호 안건인 이사 수를 19인 이하로 제한하는 정권 변경의 건에 대해서도 찬성하기로 했다.

이사 선임에 관한 다른 안건들에 대해서는 제1-1호와 제1-2호 안건에 대한 결과의 경우의 수에 따라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

제1-1호와 제1-2호가 모두 가결됐을 때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 7인을 선임하는 내용인 제2호 안건에 대해서는 고려아연 이사회 추천 후보인 제임스 앤드루 머피·정다미·최재식 후보와 영풍·MBK 측 후보인 권광석·김용진·변현철 후보 등 각 진영에 3표씩 나눠 찬성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제1-1호 가결, 제1-2호 부결 시 집중투표로 이사를 선임하는 제3호 안건에 대해서는 집중투표로 선임할 이사의 수를 7인으로 하는 안에 찬성하기로 했다.

이로써 영풍·MBK파트너스보다 지분이 적은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를 해야하는 최 회장 측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영풍·MBK가 집중투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신규 이사 선임 안건에 의안상정금지 가처분을 제기해놓은 상태라 변수는 남아있다. 법원의 결정은 오는 21일까지 나올 예정이다.

영풍·MBK파트너스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발표된 이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면 소수주주 보호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는 몰각되고 최윤범 회장 자리보전 연장의 수단으로만 악용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집중투표제 도입 시 1대 주주와 2대 주주간 지배권 분쟁 국면은 장기화될 것이며 이와 같은 상황은 회사는 물론 주주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연금은 오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상한 설정 등 핵심 안건에 모두 찬성했다"며 "고려아연은 이번 임시주총에서뿐 아니라 앞으로도 소수주주 권한 강화 등 주주가치 제고와 이사회 독립성과 다양성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