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베트남 정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든 K9 자주포의 베트남 수출을 위한 협상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수출 규모는 K9 자주포 약 20문으로, 3억 달러(약 43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이 K9 자주포를 도입하면 한국을 포함해 세계 11번째 ‘K9 유저 클럽’ 국가가 된다.
수출 협상이 타결되면 세계 자주포 시장의 절반 가까이 점유하는 베스트셀러인 K9이 동남아시아에 처음 진출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튀르키예, 폴란드, 핀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이집트, 인도, 호주, 루마니아 등을 누비는 K9이 동남아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아울러 베트남으로 국산 무기를 수출하는 첫 사례가 된다. 베트남에는 과거 한국이 퇴역한 초계함을 무상으로 공여한 적이 있을 뿐 무기를 판매한 경우는 없다.
K9의 베트남 수출은 공산주의 국가로의 사상 첫 K방산 수출이라는 의미도 있다. 베트남은 중국 남쪽에 위치했고 과거 미국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한국군과도 교전했으며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한 지금도 공산당 유일 정당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다.
베트남은 최근 스프래틀리 군도(베트남명 쯔엉사 군도)를 놓고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였으나 구식 무기체계의 한계로 중국에 맞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임을 자각하고 한국산 무기체계 도입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트남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의 무기체계와 호환이 가능한 한국산 무기를 도입한다면 이는 베트남이 ‘반중’, ‘탈중’ 노선으로 간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베트남 측은 2023년 2월 판 반 장 국방부 장관이 방한해 한국군 지상전력의 핵심인 제7기동군단에서 K9 자주포 등을 살펴보고 K9 제작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브리핑을 듣는 등 한국산 무기체계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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