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코조(kojo) 인스타그램 게시글 갈무리
사진=코조(kojo) 인스타그램 게시글 갈무리
일본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레트로 카페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 영향을 받은 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과거 시대를 낭만적으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매체 재팬투데이는 젊은층이 어두운 조명과 아늑한 가구가 특징인 레트로 카페에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로 Z세대의 부모 세대인 쇼와시대(1926년 12월~1989년 1월) 분위기를 재현한 공간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쇼와시대의 마지막 시기인 1970~1980년대는 일본의 경제 호황기로, 가요, 만화, 방송 등 다양한 문화가 황금기를 누리던 시기다.

매체는 “절제된 우아함이 돋보였던 지난 시대에 향수를 느끼고 있다”고 전하며, 이 현상을 겪지 않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신조어 ‘아네모이아(anemoia)’로 설명했다. 이는 미국 시인 존 쾨닉이 2012년 정의한 단어로, 과거 경험하지 않은 시기에 대한 향수를 뜻한다.

도쿄 우에노 역 근처 레트로 카페 코조가 대표적이다. 1963년에 문을 연 이 카페는 화려한 샹들리에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으로 유럽 중세 성의 감성을 살렸다. 코조의 2대 사장 교코 마츠이(77세)는 “초대 사장인 아버지가 중세 유럽에 매료돼 카페를 만들었다”며 “프랜차이즈 카페의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최근 젊은 고객층의 관심으로 다시 활기를 찾았다”고 전했다.

카페를 찾은 한 20대 대학생은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머그잔 디자인이 귀엽다며, 사진을 편집해 인스타그램에 올릴 계획이라고 재팬투데이에 밝혔다. 도쿄뿐만 아니라 일본 각지의 유명 레트로 카페에도 SNS에 사진을 공유하려는 젊은층으로 대기줄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책과 SNS를 통해 쇼와시대 카페를 소개하는 리나 난바는 레트로 카페의 유행이 ‘독특한 장식과 대형 프랜자이즈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함 때문”이라며 SNS의 영향도 크다고 분석했다.

많은 레트로 카페는 사장의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으로 문을 닫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제 3자인 청년층이 카페를 인수하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사례도 있다.

53년간 운영된 교토 히가시야마구의 레트로 카페 스즈키는 2023년 32세 미티 타케나카가 인수했다. 그는 “70대 주인이 카페를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갔다”며 “이전 매장의 쇼와시대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푸딩 같은 새로운 메뉴를 추가해 젊은 고객을 유치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