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피해야 하는 여행지’로 꼽힌 발리… 왜?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발리가 최근 ‘올해 피해야 하는 여행지’로 선정됐다. 관광객 급증과 함께 불거진 쓰레기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자카르타 포스트, 더발리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1월~11월 발리를 방문한 내·외국인 관광객은 총 1,496만여 명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약 11%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때 관광객이 크게 감소했다가 2023년부터 회복세를 보이며 현재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관광객 증가와 함께 발리 남부의 주요 관광지들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발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약 160만 톤(t)에 이르며, 이 중 플라스틱만 30만 톤에 달한다. 특히 관광객이 배출하는 쓰레기양은 주민의 쓰레기보다 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쓰레기의 상당수는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매년 3만 3,000톤에 이르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하천을 통해 그대로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이달 초에는 파도를 타고 프라스틱 쓰레기가 발리 남부 케동가난 해변으로 밀려와 해변 전체를 뒤덮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현지인과 호텔 직원, 관광객 자원봉사자 등 600여 명이 대규모 해변 청소에 나섰고, 단 일주일 동안 수거된 쓰레기 양은 25톤에 달했다. 비영리 단체 선가이 워치의 창립자 중 한 명인 샘 벤체기브는 '내가 본 것 중 최악의 쓰레기 파도’라고 표현했다.
발리 자원봉사자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sambencheghib)
발리 자원봉사자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sambencheghib)
쓰레기 문제로 발리는 포도르 트래블의 2025년 ‘No List’에 포함됐다. 이 리스트는 매해 환경 문제와 과잉 관광으로 인해 방문을 자제해야 할 장소를 선정해 발표한다. 포도르는 발리가 과도한 관광이 무분별한 개발을 촉진했으며, 이에 따라 자연 서식지와 문화유산이 침식되며 '플라스틱 종말'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외국인 관광객 대상 1인당 15만 루피아(약 1만 4,000원)의 관광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환경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한 발리 주의원은 관광세를 미화 50달러(약 7만 3,000원)로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발리 관광청과 관광 단체들은 관광세 인상만으로 문제 해결이 안 된다며, 새로운 숙박시설 규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발리섬 북부 지역에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고 이 지역을 개발해 관광객을 분산시키겠다는 방안을 제안했다. 북부를 제2의 싱가포르로 만들어 발리 남부의 관광객 과밀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인도네시아 관광청은 이달 중 발리를 시작으로 주요 관광지에서 클린 관광 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이는 쓰레기 처리 및 공공시설의 청결 관리를 통해 인도네시아 전역의 관광지 환경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관광부 차관 니 루 푸스파는 더발리선에 “클린 관광 운동은 환경 보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환경부 장관 하니프 파이살 누로픽은 “발리는 인도네시아의 얼굴”이라며 폐기물 관리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