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 열고 전기차 3종 출시 계획 알려
첫 타자는 2000만원대 아토3
가성비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

국내 최고의 자동차 전문가로 꼽히는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는 내달부터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를 국내에서 판매한다. 김 교수는 얼마 전 이 전기차를 직접 시승해 봤다. 그는 “많은 전기차를 타봤지만 ‘가성비’로는 아토3가 단연 ‘최고’”라고 말했다.
테슬라와 현대차·기아가 양분해왔던 한국 전기차 시장에 올해 들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의 떠오르는 강자 BYD가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BYD는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을 무기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업계 1위 테슬라를 맹추격하고 있다. BYD는 전기차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배터리부터 차량생산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이를 토대로 가성비 전기차를 앞세워 글로벌 2위 전기차 업체가 됐다.
그간 한국 상륙에 대해 소문만 무성했던 BYD는 지난 1월 16일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인천 중구에 위치한 상상플랫폼에서 브랜드 출범식을 열고 한국 사업 전략 및 신차 출시 계획을 알렸다.
중국답게 행보도 파격적상용차가 아닌 중국 승용차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기자간담회까지 열고 진출을 선언한 것은 BYD가 사실상 처음이다.
첫 타자로 내세운 모델은 아토3다. BYD가 개발한 리튬·인산·철(LFP) 기반 블레이드 배터리가 적용됐다. 1회 충전 시 321km(복합 기준)를 달릴 수 있다. 아토3의 상품성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검증받았다. 유로 NCAP 안전성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아토 3는 중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해 100만 대 이상이 팔리기도 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을 가장 놀라게 한 건 아토3의 가격이었다. BYD는 아토3의 국내 출시가는 약 3000만원대로 정했다. 보조금까지 받으면 2000만원 후반대에 차량 구매가 가능하다. 한국에 앞서 진출한 일본 판매가보다도 약 500만원이 저렴하다.
김필수 교수는 “이런 가격에 ‘어라운드 뷰’뿐 아니라 ‘후방 추돌 및 사각지대 감지’ 등 여러 옵션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며 “국내에서 이 가격에 아토3만큼 뛰어난 전기차는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동급에선 적수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비스도 파격적이다. 기본 차량 보증기간은 무려 6년(또는 15만km)으로 정했으며 배터리 보증은 8년(또는 16만km)에 달한다. 한국에서 판매 중인 완성차 브랜드 중 보증기간이 가장 길다.
게다가 한국에서 출시하는 아토3의 경우 국내 고객들의 편의를 고려해 티맵모빌리티 서비스, 음악 플랫폼 플로(FLO) 등 한국 특화형 부품 및 서비스까지 적용했다.
깊은 반중 감정은 걸림돌소비자와의 접점 강화를 위해 전시장도 빠르게 확장한다. BYD는 이미 전국에 10개가 넘는 전시장뿐 아니라 11곳의 서비스센터를 오픈했다. 올해 안에 총 70여 개 전시장을 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한국인들의 중국차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전국에서 수시로 브랜드 체험 전시관을 열어 직접 자사 전기차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BYD 관계자는 “브랜드 경험을 최우선으로 앞세워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아토3에 이은 신차도 지속해서 내놓는다.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7’, 중형 전기 세단 ‘씰’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토3의 한국 출시가를 감안하면 추후 내놓는 모델도 해외 시장보다 싼값에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BYD에 대한 대중의 평가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BYD가 한국 진출을 저울질한다는 소식이 처음 들릴 때만 해도 ‘누가 중국 차를 사겠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BYD가 전시장을 열고 아토3의 시승식을 전개하면서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각종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김 교수처럼 아토3를 직접 몰아본 많은 이들이 가성비에 놀랐다는 후기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BYD를 시승해봤다는 직장인 김가흔 씨도 “내부 마감 디테일이 다소 아쉬운 측면은 있었으나 2000만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첫 전기차로 구매해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BYD의 한국 진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업계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 서울의 BYD 전시장을 다녀왔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놀랐다”며 “생각보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도 “국내외 브랜드를 막론하고 2000만원대 전기차 중 BYD와 경쟁할 만큼의 성능을 갖춘 모델이 보이지 않는다”며 “저가 전기차를 중심으로 BYD가 한국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늘려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말처럼 BYD는 한국과 시장 환경이 비슷한 일본에서도 저가 공세를 앞세워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이 테슬라를 뛰어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도 BYD가 테슬라를 추월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물론 BYD의 한국 진출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BYD의 가장 큰 걸림돌로는 한국인들의 반중감정 고조가 꼽힌다. 특히 최근엔 일본보다 중국을 더 싫어하는 이들이 많다는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앞서 2019년 노재팬 운동 당시 일본 차가 팔리지 않으며 일본 차 판매량이 급감했고 이 여파로 닛산 등의 브랜드는 한국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깊은 반중감정 때문에 기대했던 것만큼 BYD가 큰 인기를 끌지 못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BYD도 중국 차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부정적인 분위기를 파악한 듯해 보인다. 류셰랑 BYD 아시아태평양 자동차영업사업부 총경리는 “한국인들이 BYD에 대해 불안해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며 “차량을 많이 판매하는 것보다 많은 이들이 BYD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중점적으로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만약 BYD가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업체 간 가격 인하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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