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현지 시각)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에 따르면, 크리스티앙 에스트로지 니스 시장이 오는 7월부터 니스-코트다쥐르 지역 내 모든 크루즈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지역에는 빌프랑슈쉬르메르, 생장카프페라, 니스 등 주요 관광지가 포함된다.
에스트로지 시장은 “떠다니는 호텔들이 니스에 정박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크루즈는 환경을 오염시키고, 돈을 거의 쓰지 않으면서 쓰레기만 남기고 떠나는 저가 여행객들만 데려온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조치로 크루즈 여행객 수가 약 7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한 척의 크루즈 선박은 5,000명의 승객을 태운 떠다니는 도시와 같다”면서도 “이들은 우리가 추구하는 관광 모델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에스트로지 시장은 크루즈 선박을 ‘바다의 괴물’이라 칭하며, 베니스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베니스가 크루즈 방문을 제한한 뒤 아름다운 풍경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모나코라이프에 따르면, 니스는 길이가 190m 이상이거나 객 정원이 900명을 초과하는 대형 선박은 항구 방문을 금지하는 새로운 법률 제정을 논의 중이다.
에스트로지 시장은 과거 무분별한 도시 개발로 콘크리트로 뒤덮였던 니스의 역사를 되새기며 “과잉 관광으로 도시가 압도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영국 더타임스는 “시장의 발언은 부유층과 윈스턴 처칠 등 유명 인사들이 즐겨 찾았던 니스가 저렴한 크루즈 관광객들로 인해 고통을 받아 왔음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니스는 영국 귀족들이 즐겨 찾던 휴양지로, 영국인들이 기부한 자금으로 만들어진 ‘영국인 산책로’도 생겨났다. 또한 유럽 부유층이 별장을 짓고 휴가를 보내는 고급 휴양지로도 유명하다.
에스트로지 시장의 계획은 지역 환경운동가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이들은 크루즈 선박이 자동차 3만 대와 맞먹는 대기 오염 물질을 배출한다며 “역사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역 상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 레스토랑의 웨이터는 “주로 상대하는 영국, 미국, 스칸디나비아 관광객들은 돈을 많이 쓴다”고 했고, 다른 상인은 “우리를 죽이려는 것 같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에스트로지 시장의 정책은 정부와의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칸 시장도 크루즈 입항 금지를 시도 했지만, 국영 해역에 속한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린 사례가 있다.
지중해 지역 해양 관리 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니스항에는 총 117회 크루즈 선박이 입항했고 빌프랑슈쉬르메르항에는 107회, 칸에는 175회, 마르세유에는 624회나 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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