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고려아연 이사회 진입 실패
"상호주 제한은 탈법, 임시주총 무효" 주장
순환출자로 봉쇄된 영풍 의결권 25% 살릴 방안 고심
영풍 "반자본주의적 막장 행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진행 중인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전날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2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호주 제한'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만든 최 회장 측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탈법 행위'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 최 회장과 박기덕 사장을 비롯해 신규 순환출자 형성에 가담한 관계자들을 공정거래법 위반·배임 등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려아연의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임시주총 하루 전 영풍의 의결권을 배제하기 위해 영풍의 지분 10.3%를 취득한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과 그 시행령에 따르면 누구든지 순환출자금지 규정을 회피하려는 행위를 해선 안 되며, 자기의 주식을 소유·취득하고 있는 계열사의 주식을 타인의 명의를 이용해 자기 계산으로 취득·소유하는 행위 역시 금지된다.

여기서 '타인'은 외국법인을 부인하지 않기 때문에 호주에 설립한 SMC를 통해 순환출자 금지 규제를 우회하려고 하면 탈법 행위로 처벌받는다는 게 MBK 측 주장이다.

김 부회장은 "한국 정부는 재벌의 추가적인 순환출자를 막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며 사업적 이해관계 없이 순환출자를 새로 형성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또한 양벌규정상 고려아연 법인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이는 고려아연과 SMC에 대한 배임행위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SMC가 의결권도 없는 영풍 주식을 취득하는 데 575억원을 썼고, 공정위 과징금 등 유무형의 손해 발생 위험을 방치했기 때문에 그 자체로 배임이라는 설명이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1월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1월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전날 고려아연 발행주식 총수의 25.4%에 해당하는 영풍의 의결권이 배제된 채 이뤄진 임시주총에서의 결의는 모두 무효라고도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가처분을 통해 어제 있었던 결정의 효력없음을 다툴 것"이라며 "과반수 주주로서 임시주총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제지당한 게 전부 가처분의 대상"이라고 했다.

3월 정기주총이 열리기 전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영풍의 의결권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영풍의 의결권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으로는 "50년간 평온히 살고 있었는데 범죄자가 뛰어 들어왔다. 주거침입을 당했는데 집주인이 짐 싸서 이사하는 게 맞나"라고 반문하면서도 "중요한 지분이 걸려있어 플랜B로 어떤 방안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MBK가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도 완전히 배제하진 않는다고 했다.

영풍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 회장 측이 '상호주 제한' 제도를 악용해 경영권 방어를 시도한 것은 주주와 자본시장을 철저히 우롱한 반자본주의적 막장 행태"라고 비판했다.

영풍은 "위법과 탈법 행위로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강탈하고 이를 주도한 고려아연 경영진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고려아연의 글로벌 위상에 걸맞지 않게 처참하게 망가진 거버넌스를 바로잡는 개혁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